20대 초임 여검사가 과감한 결단력으로 자칫 공소시효를 넘길뻔 한 사기사건을 해결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의 박채원(27) 검사. 사법연수원(39기)을 마치고 지난해 2월 형사부로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검사다.
그는 검사 발령을 받은지 고작 4개월째인 지난해 6월, 배당받은 사건을 살피던 중 공소시효가 불과 두달 밖에 남지 않은 사기 사건을 발견했다. 2003년 8월29일 2억원을 A(65)씨에게 사기당한 B씨가 7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를 고소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A씨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이사를 하더니 사건를 이사한 곳으로 이첩시켜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게다가 아무 이유 없이 주소지를 이전하고 휴대폰 착신정지까지 시켰다.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행동이었다.
조사를 못해 고민됐지만 그래도 박 검사는 A씨를 기소하기로 했다. 사기를 당해 7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온 B씨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2억원이면 노후자금이었을텐데 7년 동안 돈을 못 받으면서 얼마나 마음고생 심하셨겠냐”며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초임 검사가 조사 없이 곧바로 기소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 기소한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박 검사는 근거 규정을 뒤졌고 대검찰청에서 내린 지침 중에 ‘피의자가 공소시효를 고의로 넘기려는 경우 근거가 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정황과 증거가 명백하다고 확신한 그는 시효를 불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27일에 A씨를 기소했다.
이후 공판부로 소속을 옮긴 박 검사는 관련 재판에 직접 참여하면서 조사를 보충하고 A씨의 혐의를 보강했다. 그 결과 서부지법은 지난 1일, A씨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자칫 시간 속으로 묻힐뻔 한 사기 사건이 초임 여검사의 결단으로 해결된 것이다.
박 검사는 “검사라는 직무에 사명감을 느낀다. 특히 억울한 피해자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다”면서 “잘못은 분명히 지적하되 다른 부분은 시민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검사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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