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패션 등 관심사엔
집요함과 날카로움 갖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만나 본 사람은 그의 상반된 면모에 두 번 놀란다. 도도하고 차가운 인상을 풍길 듯한 ‘재벌 3세’ 이미지와 달리 매우 소탈하고 겸손한 성품에 한 번, 와인이나 패션 등 관심사를 파고들 때 누구보다 날카로운 집중력에 또 한 번 놀란다.
정 부회장과 함께 봉사활동 모임을 하고 있는 재계의 한 인사는 “정 부회장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없다’며 묵묵히 봉사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한 재계 원로인사는 “대학생활을 미국에서 한 유학파이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배려문화가 몸에 익은 듯 보였다”고 말했다.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 때문에 정 부회장이 마냥 털털하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와인이나 패션 등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전문가급의 식견을 갖췄다. 이를 유통업에 상당부분 접목하려 노력해 관련 업무를 하는 담당자를 긴장하게 한다는 후문이다.
한 유명 소믈리에는 “정 부회장은 아르헨티나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 등 아직 국내에 많이 익숙하지 않은 와인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소믈리에에게 가장 까다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재계 인사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신세계 상품매입 관계자도 “정 부회장은 양복을 직접 골라 입고 애완견을 키우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눈으로 상품을 봤기 때문에, 짧은 지식만 갖고 보고하는 날에는 날카로운 질문에 허를 찔리기가 십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정 부회장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스타일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의 옷인지 알아볼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식견이 높아 패션 분야 상품기획자(MD)들이 해외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신세계의 임원도 때로는 정 부회장의 에너지와 집중력 때문에 고충(?)을 겪곤 한다. 정 부회장이 해외 유통업체 탐방에 나서면, 계획에 없던 점포라도 눈에 띄는대로 들어가 샅샅이 훑어보기 때문에 동행하는 임원은 애를 먹기 일쑤라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kat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