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작곡은 나의 일부
전공이 작곡이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대중음악과 실용음악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기위해 대학은 작곡과를 갔었다. 본래 모든 학문은 고전을 탐구하면서 소양을 쌓아가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같은 고전음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괴리감을 느끼며 학교를 다녔다. 전공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늘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인 축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알려고 노력했던 학생이었다. 그래도 작곡에 대해 완전히 애착이 없는 건 아니다. 난 두 개의 문신을 가지고 있는데 오론쪽 팔에는 故 김용식 선수가, 왼쪽 어깨에 내가 처음으로 작곡한 악보 문신이 있다. 그만큼 이 둘은 상반된 나의 일부인 것이다.
축구와 함께 성장한 인생
축구전문기자로서 많은 질문들을 받곤 한다. 언제부터 축구를 접하고 즐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말하지만, 나보다 아버지가 축구를 더 사랑하시고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와 인사이드패스, 아웃사이드패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즐겼고 아버지와 대화할 때마다 축구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런 영향으로 초등학교 당시, 이미 많은 축구 관련 자료들을 스크랩하고 중요한 서적들을 모았다. 이것들은 현재 내가 쓰는 칼럼에 큰 힘으로 작용한다. 한 달에 20편 정도 칼럼을 쓰는데, 잠도 충분히 못 자면서 일하지만 그만큼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일이 즐겁다.
가장 좋아했던 축구를 직업으로
처음부터 기자가 꿈은 아니었다. 작곡 전공인 만큼 음악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이렇게 직업으로 기자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단지, 팬으로서 축구를 즐기는 국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깊이가 좀 다른 축구팬이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메이저팀을 응원할 때 나는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우리 지역의 2부 축구팀인 고양국민은행을 응원했었다. 우리 연고 팀이 어떤 위치에 있건 지속적으로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는 게 축구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는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취미 삼아 축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게 자연스럽게 내셔널리그 명예기자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한준희 해설위원이 편집장으로 계신 《풋볼위클리》에서 기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해설위원님 얼굴이나 한 번 보러가자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 그런데 면접에서 과거 고양국민은행이 승격 거부를 했을 때 혼자 1인 시위를 하는 나를 기억해 주시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나는 혼자 인턴기자로 뽑히게 됐다. 당시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다가 다른 직업을 갖게 될 줄 알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 축구전문기자로 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나의 아버지
축구전문기자라는 직업에서 가장 힘든 과정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할 뿐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글을 쓸 때면 OB축구회에 연락해서 연락처를 얻거나 도서관에 찾아가 과거신문들을 찾아본다.
하지만, 내게 있어 제일 중요한 정보처는 나의 아버지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 아주 어렸을 적 축구역사에 대해 아버지는 생생한 그 시절의 통신원이 되어 주신다. 그래서 외부에서 얻은 정보라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사실 확인을 거친 후 기사를 쓴다.
소속 없는 프리랜서 기자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다 보면 회사의 이해관계에 얽혀 쓰고 싶지 않은 기사를 써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스포츠리포터 여신 만들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언론사 있을 당시 나도 여기에 어쩔 수 없이 동참했었다.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는 프리랜서 기자가 제격이다. 글을 쓰면서 방송을 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문적인 프리랜서 기자는 거의 없다. 처음이라 롤모델이 없다보니 10년 뒤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당장 내일 아침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나를 고용한 회사들이 나의 글을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이해관계에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글을 쓰려다보니 다른 기자들이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항상 내 글에 대해 100%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크다. 하지만, 그만큼 보수는 괜찮은 편이다.
기자와 블로거 사이
나의 위치이자, 강점은 ‘기자와 블로거 사이’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블로거들이 다루지 못한 심층적 이야기, 언론인들이 다루지 못한 민감한 부분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글을 쓰고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글을 쓸 때,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 스타일대로, 내 목소리를 내는 기자가 되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김현회에게 축구란?
축구는 일상이다. 아침에 눈뜨고 잠들 때까지 생각하는 게 축구밖에 없다. 무엇을 하든지 항상 축구가 먼저이고 축구에 대해서 생각한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백발이 돼서도 축구장에서 글을 쓰는 글쟁이로 남는 게 소망이다.
Tip. 축구전문기자가 되기 위한 습관
1. 기성 언론을 흉내 내지 마라.
기사를 따라 쓸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감정과 견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라. 어디에 글을 쓰든 나만의 표현을 쓸 것.
2. 축구를 평생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만 시작하라.
축구를 사랑하고 이런 감정을 항상 솔직히 표현하면서 축구를 즐겼다면,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얕은 애정으로는 스포츠 전문기자로 돈 벌기 힘들지도 모른다.
3. 같은 축구라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라.
축구전문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감이 필요한데, 이 자신감은 얼마나 많은 지식이 바탕이 돼있느냐가 관건이다. 축구기자라고 해서 축구에 대해 다 아는 게 아니다. 축구라는 분야 중에서도 여자축구나, 남미축구처럼 아직 우리나라에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 독자적인 전문성을 키워라. 자신의 특화된 분야를 개척한다면 앞으로 몇 년 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