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김모 씨는 10여년 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게 됐다고 당시 사연을 전했다.
김 씨는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언젠가 한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는데 “머슴밥 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을 차려오셔서 고마움에 목이 메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밥을 다 먹고나자 할머니는 “힘든 일을 하는데 몸이 재산”이라며 아들분이 드신다는 보약까지 대접에 담아 오셨다.
또 하루는 인터넷 설치 요청을 받고 달동네를 방문했다. 김 씨는 “없는 살림이지만 아들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인터넷을 신청한 한 아주머니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워낙 열악한 지역이라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아 설치가 불가능했고, 아주머니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아들이 공부도 못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아주머니는 김 씨에게 먼곳까지 와서 고생했다며 5000원을 쥐어주셨다.
사진=다음 아고라 캡쳐화면 |
마음이 무거워진 김씨는 조카같은 아이를 위해 하루를 더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다음 날 그곳을 다시 찾았다. 그는 아주머니께 아랫동네에서부터 선을 끌고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지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그 때 평상에 앉아 장기를 두던 동네주민들이 김씨를 돕겠다고 나섰다. 없는 솜씨지만 너도나도 돕겠다고 나서는 이웃들을 보면서 아주머니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셨다고 김씨는 당시를 떠올렸다.
누리꾼들은 “가슴 따뜻해지는 훈훈한 이야기..앞으로 이런 얘기들을 쓰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그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악플로 도배된 인터넷 글만 보다가 훈훈한 댓글만 달린 이런 글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라고 김 씨의 글에 호응을 보냈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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