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기관 엘리트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내년 하반기 본격화될 세종시 이전을 앞둔 인력이탈 현상이다. 지금은 서울 잔류 부처로 전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전관예우 금지와 부패 단속 등으로 인한 사기저하와 맞물릴 경우 정부 우수인력들의 민간부문 이동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기획재정부 사무관 3명이 국방부와 헌법재판소ㆍ여성부로 옮겼다. 모두 여성으로 결혼 또는 육아문제가 이유였다.
기획재정부는 행시등수 최상위급 엘리트들이 근무 희망 1순위인 곳. 지난 10여년 동안 기재부에서 다른 부처로 옮긴 사무관은 1∼2명에 불과했다. 오고싶기만 하고 나가기는 싫은 부처였다. ‘같은 정부 부처라해도 우린 다르다’는 암묵적인 자부심을 가진 기재부 공무원들이 6개월동안 3명이나 다른 곳으로 갔다는 사례는 내부적으로 큰 뉴스다.
문제는 내년 세종시 이전이 눈앞으로 다가올 경우 이같은 기류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취학시기의 아이들을 남편과 부모에게 맡기고 혼자 외지에서 생활하기 힘들다는 주장에 뭐라 설득할 논리도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농식품부의 경우는 타부서 전출 희망자가 너무 많아 아예 내부적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세종시 이전문제 뿐만 아니라 최근 구제역과 배추파동 등 업무 스트레스가 커져 타부처 전출을 희망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특히 다른 부처에 비해 고시사무관 비율이 낮은 농식품부는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 전전긍긍이다. 일단 타부서 전출을 당분간 불허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연간 전출허용인원과 선정룰까지 만드는 상황이다.
다른 부처와 달리 이전 시기가 2013년말로 1년 정도 늦게가는 지식경제부는 다행히 아직은 전출 러시가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하지만 내년이 되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벌써 걱정이다.
우수 엘리트 인력들의 엑소더스는 경제부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우 대학이나 우수한 복지수준을 제공하는 민간경제연구소 등 선택의 폭이 넓어 더 심각하다.
한국경제발전의 요람인 KDI 역시 내년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무려 5명의 연구인력이 서울에 잔류하는 다른 연구소나 대학으로 최근 자리를 옮겼다.
또 농업분야연구의 KDI로 불리는 국내 유일의 농정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소도 최근 연구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경제연구소 인력들이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신생 연구소인 농협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면 착착한 마음이 든다”고 푸념했다. 다른 부처와 달리 농어촌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등 주요 산하기관이 모두 나주로 이동하는 농식품부의 경우는 그나마 세종시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한 정부부처 차관은 “세종시 이전으로 우수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나 인세티브를 만들기도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웅ㆍ조현숙ㆍ홍승완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