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직원들에 일부 산업재해를 인정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은 항소를 준비하면서 1심 판결을 뒤집을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해외 제3연구기관에 의뢰한 발병 의혹 재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재조사엔 세계적인 안전보건 컨설팅회사인 인바이론이 주축이 돼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이곳에 1년 계약으로 조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다음달 중순 나올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재조사 결과가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든,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든 공개할 것”이라며 “이 조사 자료를 활용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항소 입장을 정한 것은 이번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클린 반도체공장’을 표방했던 세계최고 사업장 이미지가 훼손되고 ‘유해 사업장’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근로자들이 동요하고 글로벌경쟁력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의 흠집은 곧 삼성 전체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산재가 인정되면 보험료를 더 내고, 일부는 보상을 하면 되지만 글로벌 반도체공장 이미지를 보호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귀띔했다. 삼성은 또 ‘백혈병 소송’에서 이겨야 향후 봇물 터질 유사소송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재조사 결과에서 ‘반도체공장이 확실히 무해하다’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와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도출하긴 사실상 어려울 수 있어, 삼성의 일부 패소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업계 인식도 있다.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는 “지금까지 작업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는데, 그러나 조금이라도 문제가 나타나면 직원 안전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게 삼성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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