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다이어트 약으로 소개된 위장약, 복용하는 여드름 약, 아토피 치료제, 흉터 치료제, 임산부를 위한 젖 말리는 약 등 의약품 매매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였다. 판매자 대부분은 의사나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었으며, 판매자에게 “구입 원한다”는 문자 한통만 보내면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위장약 ‘잔트렉스’를 다이어트 약품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5만5000원에 두 통 팝니다. 두 통 모두 구입하시는 분에게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랑 지방 분해제 한달 분도 드립니다”라고 글을 올린 후 해당 약품의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출처가 불분명한 해외 다이어트 약품을 판매하는 글도 있었다. 아이디 y*****는 “얀희약입니다. 개인에 맞춰 단계별 개인처방도 가능합니다. 직접 비행기로 운반하기 때문에 국내 반입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구매 수량이 많을 수록 가격 조정 가능하고 도매 문의 환영합니다”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메신저 주소를 남겨놨다.
기자가 해당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 약품 구입을 문의하자 “태국에 있는 얀희병원이라는 곳에서 실제로 처방하는 약품이다. 수량을 많이 받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현재 주문이 넘쳐나서 이틀 후에 약이 들어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네티즌은 “대구 A병원에서 지난 5월에 처방받은 로아큐탄 88정을 8만8000원에 팝니다”라며 여드름 치료제 판매 글을, 또다른 네티즌은 “팔로델정 13알 팝니다. 병원가도 똑같은 약 처방해주니깐 안심해도 됩니다”라며 출산 후 젖을 말리는 데 쓰이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약의 위험성과 부작용에대해서는 “직접 처방 받은 것이기 안심해도 된다” “체질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전문 약사에게 문의해본 바 앞서 언급했던 잔트렉스, 팔로델정,로아큐탄 등은 모두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돼 병원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없으면 받을 수 없으며 일반인들끼리 사고 파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의 경우 “부작용이 심각해서 처방없이 일반 거래를 통해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온라인상에서 타인이 처방받은 약품을 구입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며 실제로 부작용이 발생되는 경우 해당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구매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전문의약품의 경우도 의사나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사용할 경우 체질에 맞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안을 수도 있다.
김춘래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사무관은 “의약품을 개인적으로 사고 파는 것은 불가능하며 약사법 44조 의약품 판매 조항에 근거한 위법이다. 완성품도 아니고 개인이 복용하던 것을 파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되는 일”이라면서도 “인터넷 사이트 상의 의약품 거래를 차단해야 하지만 자신이 처방받은 약품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 처리가 가능한지는 논란이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 과장도 “다이어트 약 등을 비롯한 약품들이 인터넷상에서 거래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신고를 받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사이트 모니터링을 하며 발견 시 사이트 폐쇄 등 즉각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고나라’의 경우 이미 다이어트 약을 비롯한 의약품 거래가 적발될 시 1회 경고 후 강제 퇴실 조치를 하는 등 자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난 20일 하루에만 한방 다이어트 약품을 비롯한 의약품 거래 글이 10건 이상 올라왔다.
<손미정 기자@mona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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