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 등 외풍에 출렁
국제 유가 등 증시 발목
개미 평균 수익률 -3.0%
2011년이 절반가량 지났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시계는 반년 전에 멈춰 있다. 최고치 경신으로 축포 속에 출발했던 코스피의 상반기 이동거리는 +0.24%에 그쳤다. 부침이 심했던 올 상반기 증시를 꿰뚫는 키워드는 4글자로 요약된다. ‘편(偏, 투자 쏠림)’ㆍ‘풍(風, 외풍)’ㆍ‘가(價, 인플레이션)’ㆍ‘루(淚, 개미의 눈물)’다. 일부 변화 가능성은 보이지만, 하반기에도 이들 4가지 카테고리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쏠릴 편(偏)=펀드 이탈 자금을 빠르게 흡수한 랩어카운트는 대형주, 그 가운데서도 ‘차ㆍ화ㆍ정’ 에 대한 편식으로 시장 비대칭을 가져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시총 합계는 전일 기준 약 112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6조원 늘어났다. LG화학의 경우 시총 5위로 지난해와 순위는 같았지만, ‘몸집’을 5조원 넘게 불렸다. 소수 대형주만 질주하는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의 도래가 회자되는 사이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소외는 더욱 심해졌다. 코스닥은 올 들어 전일까지 10.01% 하락, 코스피 수익률에 한참 못미쳤다.
▶바람 풍(風)=여느 때보다 ‘외풍’은 맹위를 떨쳤다. 지수 수준 자체로는 코스피가 지난해 말과 별 차이가 없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일본 대지진, 미국 경제의 ‘소프트 패치’ 논란 등 대외 변수의 출몰에 따라 움직였던 폭은 컸다. 달러 가치가 요동치면서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팔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21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올 들어 전일까지 총 2조63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값 가(價)=국제 원자재 값의 급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국제 유가는 상반기 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고, 밀, 옥수수, 콩 등 상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켰다.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달러 살포는 약(弱)달러를 부추겼고, 투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원자재 등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어마어마한 가계 빚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물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내수 회복을 저해하고, 자산 가격의 거품 논란도 빚어졌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4.3%에서 하반기 3.9%로 다소 진정될 듯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눈물 루(淚)=자금이 부족한 개인들은 ‘쏠림’과 ‘외풍’,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랩어카운트를 중심으로 뭉쳤으나 남은 것은 눈물뿐이었다. 수익률에서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뒤처졌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은 평균 -3.0%로, 시장도 못 따라잡았다. 한화케미칼, SK C&C, 엔씨소프트 등으로 재미를 본 기관이 19.5%로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대박’을 낸 현대하이스코를 비롯해 만도, SK C&C, 코오롱인더 등에 집중한 외국인 수익률은 평균 13.8%로 뒤를 이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