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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에게 ‘최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 모든 연인들에게 고했다. 드라마는 제목처럼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최고의 사랑’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연예계의 외피를 입은 러브스토리 ‘최고의 사랑(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은 8.4%의 시청률로 안방문을 열더니 21.0%(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로 자체최고기록을 경신하며 방송을 마쳤다.

지난 겨울 수많은 여심(女心)이 ‘까도남’ 현빈을 앓다 이내 헛헛해진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랐을 때 ‘최고의 사랑’은 완연한 봄과 함께 왔다. 짧디짧은 두 달, 전신주 위의 하늘이 물기에 젖어갈 무렵 해피엔딩 동화처럼 사라졌다. 달달한 로맨스가 갈급한 여성들도 혹은 신물난 여성들도 너나없이 구애정에 빙의됐던 이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말한다.

▶ 당신에게 ‘최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드라마가 연인들의 사랑을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안고 오는 사랑은 달콤하고 흥미로웠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너나없이 사랑에 빠져들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시작은 봄이 오기도 전이었다. ‘까다롭고 도도한 남자’ 김주원(현빈)과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는지도 모르겠는 ‘어매이징(Amazing)한 여자’ 길라임(하지원)의 사랑에 한 때 주말 안방엔 ‘시크릿코드(드라마 ’시크릿가든‘, SBS)’가 잠식했다. 죽음마저 바꿔치기할 만큼 누구도 갈라서지 못하는 사랑은 이제 특별한 이 남자 독고진(차승원)과 비호감덩어리 구애정(공효진)을 만나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의 마력을 안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관심은 더 많아지는 세계였다. 연예계라는 곳이 이토록 흥미롭고 비현실적인 줄 몰랐다. 그 곳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이상한 나라’라는 정의는 완벽한 한의사 윤필주(윤계상)로부터 나왔다. 어차피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는 많았건만 이 드라마가 이리도 각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연예계라는 공간에 사는 두 명의 스타가 보여주는 ‘이질적인 사랑’이 자리했다. 연예계의 밑바닥에서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비호감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과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사랑. 현실과 비현실을 줄타기하는 이 로맨틱 판타지 같은 사랑이 차승원 공효진 두 배우를 만나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헷갈릴 드라마로 태어난 것이다.

‘살기 위해’ 무엇이든 참아야 하고 ‘벌기 위해’ 쓰디쓴 현실을 맞아야 하는 갓 서른의 생계형 연예인, ‘연예인’ 이라지만 그녀의 삶은 현실의 어딘가에 발을 딛고 선 누구나와 다르지 않다. 댓글에 기사에 루머에 시달린다는 삼중고만 덜할 뿐 현실의 그녀들 역시 그 자릴 대신할 또다른 문제가 채우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거기에 백마 탄 왕자처럼 등장한 안하무인, 알고보니 솔직해서 귀엽고 담백한 톱스타 독고진은 보이는 대로 외모도 성격도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로맨틱코미디를 입은 뭇여성들의 판타지가 됐다. 결코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완벽한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이들의 만남과 사랑이 난관을 ‘극복’해 관계를 ‘회복’하고 끝내 ‘행복’해지는 16회의 과정에는 하나의 명제가 등장한다. 어느 순간 ‘이상한 나라’에서 ‘비현실적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는 장애,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용기는 현실로 내려온 사랑의 모습이었다. 모든 장애는 극복하기 위한 단계일뿐, 두 사람의 고된 사랑은 결실을 맺으며 하나의 명제를 남긴다.

‘사랑은 완벽한 두 사람이 만나 이루는 것’이 아닌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완벽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서로를 채워주고 지켜줄 수 있을 때 ‘최고의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 여기에서 능란한 홍자매 작가의 대본과 탄탄한 연출, 타고난 배우들의 연기력이 버무려져 저마다에게 ‘최고의 사랑’에 대한 수많은 해석을 남겼다. 철없는 어느 20대 초반의 청춘들에겐 ‘신데렐라 스토리’가 ‘최고의 사랑’일 수도 있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은 지나갔다고 믿는 세대에겐 신뢰와 배려가 ‘최고의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을 초월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부모님의 사랑이 ‘최고의 사랑’이라 말하는 누군가도 있다. 드라마는 연예계를 배경으로 계급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을 그려가며 우리에게 ‘최고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한다.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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