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회장은 2008년 12월 구속됐다 지병을 이유로 11개월 뒤인 2009년 11월 보석이 허가돼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24일 “박 전 회장이 사업목적 달성을 위해 부정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은 법을 가볍게 여긴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박 씨를 통해 적잖은 공직자들이 부정한 금품을 수수해 공직사회 기강을 문란하게 한 것은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지난 1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박 전 회장이 포탈한 세금 액수를 100억여원 감경해 174억원으로 결정했으며,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배임증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800여억원의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자회사 휴켐스 인수로 농협중앙회에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장학ㆍ사회복지 사업, 민간외교 등에 노력해온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세종증권·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4억여원과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86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또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태광실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20억원과 미화 250만 달러를 건넸으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2007년 2월 모 월간지 대표로 있던 이상철 전 부시장에게 태광실업 관련 기사를 잘 써달라며 2만달러를 건넨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탈루 세금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을 2년6월로 낮췄으며, 지난 1월 대법원은 탈루 세액이 다소 높게 산정됐고 이 전 부시장에게 금품을 건넨 부분은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며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08년 말 박 전 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는 관련자 21명 중 박 전 회장 본인과 천신일(68)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제외한 19명에 대한 사법처리는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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