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주머니도 두둑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 시장에서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배당금으로 챙긴 액수가 국내 기업 사상 최대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대차그룹이 베이징 현대차에서 최근 25억 위안(약 4150억원ㆍ약 4억 달러)의 현금배당을 받은 것으로 26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가 베이징에 설립한 베이징현대차의 지주회사는 이번에 받은 배당금을 지난 24일 전액 국내로 송금해 국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을 과실 송금 형식으로 받은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중국은 그간 국내 기업의 과실 송금을 사실상 제한해 왔다.
신문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베이징현대차 이사회가 최근 50억 위안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며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汽車)가 각각 25억 위안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2002년 총 7억2400만 달러를 투자해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했으며 각각 절반씩 이 회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시 정부가 투자한 회사다.
이 소식통은 “베이징현대차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2곳을 통해 각각 15억 위안과 10억 위안의 배당금을 24일 송금했다”며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의 외환 당국이 이 거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유심히 들여다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이사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배당 관련 내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현금배당은 외자 기업을 관장하는 중국공상관리국의 승인을 받아 이뤄졌다. 중국외환관리국은 며칠 전 “과실 송금을 해도 좋다”고 최종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번 돈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을 법으로만 허용할 뿐 실제로는 상당 부분 제한해 왔다. 급격한 외자 유출을 막고 중국 투자에서 큰 이득을 챙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통해 중국 내 재투자를 유도하는 식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4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송금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며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사에 남을 쾌거”라고 말했다. 그는 “거액의 과실 송금은 그만큼 국부창출에 기여한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이익을 남겨도 재투자를 하거나 미래 투자를 하기 위해 내부 유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차가) 거액의 과실 송금을 했다면 제3국 투자를 위해 자금 마련 등 특별한 운용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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