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위스키와 와인이 한-EU FTA에 대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한-EU FTA가 본격 시행되면 관세가 철폐됨에도 불구하고 위스키 업체들은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반면 와인은 가격을 내리는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스키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국내 최대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한-EU FTA 1개월 앞둔 지난 1일 ‘조니워커’ 일부 제품의 출고가격을 4~5%가량 올렸다. 이에 따라, ‘조니워커 블루(21년산 이상)’ 500㎖는 13만9304원에서 14만5155원으로, 700㎖는 20만8945원에서 21만7721원으로 나란히 4.2% 인상됐다.
‘조니워커 골드(17년산)’ 500㎖도 6만9520원에서 7만2996원으로 5% 상향조정됐다. 디아지오 코리아 측은 “조니워커 시리즈는 지난 2006년 이후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은데다,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의 운송료와 보관료 등의 수입 비용이 상승해 이번에 국내 출고가격에 반영했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스카치블루’ 일부 제품 가격을 1~2% 인상했다.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12년산)’ 500㎖는 2만4420원에서 2만4959원으로, 3만7620원이던 ‘스카치블루 스페셜(17년산)’ 450㎖도 3만7917원으로 비싸졌다. 이 때문에 한-EU FTA를 앞두고 때아닌 위스키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제품 가격을 올린 위스키 업체와는 달리 와인 업체들은 한-EU FTA가 발효되는 7월 1일을 기해 제품 값을 최고 15% 인하하기로 했다. 와인가격을 최고 15% 인하하는 것은 7월 1일 부터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은 7월 1일 한-EU FTA가 발효됨에 따라 대표적인 유럽 와인 제품의 가격을 5~15%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등 시중백화점에선 1일 부터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라 꾸르뜨’ 와인을 13% 인하된 13만원에, 마스까롱 메독은 10% 인하된 4만50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에서도 간치아 모스까또 다스띠 와인을 2만2500원으로 13% 인하된 가격표를 붙여 판매한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5월까지 취급한 와인중 물량은 35%, 금액으로는 46%가 유럽 와인이다”며 “하지만 한-EU FTA가 발효되면 유럽 와인은 물량으로 40% 이상, 금액으론 50% 이상으로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양인터내셔널이 와인 가격을 인하함에 따른 다른 와인업체들도 유럽산 와인을 중심으로 가격인하 대열에 가세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관세가 사라지면 와인의 경우처럼 당연히 제품 가격을 내려야하지만 디아지오 등 위스키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위스키 업체들이 한-EU FTA를 앞두고 유통마진 확대에 나섰다는 관측이 주류업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다국적 위스키 업체들이 대부분 6월 결산법인이어서 7월을 앞두고 사재기를 부치기는 방법으로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6월중 가격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도 “7월 1일 한-EU FTA 본격 발효를 앞두고 와인업체들이 유럽산 와인에 대한 가격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럽산 주류인 위스키와 와인이 한-EU FTA를 통한 해법이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