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000선 지키기도 힘에 겨워보였던 증시를 살려낸 것은 프로그램 매매다. 그런데 또다시 유럽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를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 대외변수에 의한 외국인 투자심리 악화가 나타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물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프로그램 매매는 지난 한주간 2조 211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209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외국인과 개인들이 선물 매수에 나서면서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강세를 보인 것이 프로그램 수급을 개선시켰다.
그런데 주말 새 유럽발 불확실성이 또 불거졌다. 27일 외국인들은 장 초반부터 대규모 선물 매도로 대응했고, 장 시작 한 시간도 되지않아 쏟아진 20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은 코스피지수를 2060선까지 단번에 끌어내렸다. 오히려 지난 주말의 매수세가 부메랑이 되어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 외국인의 선물 매수를 확신할 수 없다.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순매도가 출회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외국인들이 나서준다면 매수 여력은 꽤 있다. 6월 만기에 대략 3만2000만 계약이 롤오버됐고, 경험적으로 외국인 매도포지션이 3만 계약수준이 최대였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 선물수급의 반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규모는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기대를 걸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오는 29~30일에는 그리스 재정개혁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되며, 다음달 초, 중순에는 유로재무장관회담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발표된다.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결과에 따라 악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때문에 유럽의 유동성 환경을 나타내는 EURIBOR는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금리가 올라가면 해외에 투자됐던 유럽자금의 비용부담이 높아진다. 즉 투자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문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지역에서 최근 시장 유동성이 줄면서 단기금리가 크게 상승해 은행들의 현금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특히 그리스 불안으로 일부 은행들이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마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채무재조정 우려로 유럽은행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EURIBOR금리의 하락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의 대규모 차익거래 유입은 개인 및 외국인의 선물 공동 순매수에 따른 것이지만 프로그램 매매가 꾸준한 상승의 원동력이 되진 못할 것”이라며 “향후 중립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