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책임성 인사 예상
CJ와 파트너십 가능성도
포스코와 손을 잡은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탈락한 것은 사실 삼성그룹의 체면이 구겨진 것과 다름없다. 삼성은 “대한통운 인수전은 계열사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판단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일정 선을 긋고 있지만, 한뿌리인 CJ와의 불화를 감수하고라도 물류사업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그룹 의지가 반영됐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SDS의 실패는 그룹의 실패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삼성SDS는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물류사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한 데 이어 올 초 물류컨설팅업체인 한국EXE C&T를 인수하는 등 물류사업 확대를 가속화하려던 계획엔 ‘수정’이 필요하게 됐다. 삼성SDS가 최근 개발한 ‘첼로’라는 물류 IT 솔루션을 대한통운에 공급하려던 계획은 좌절됐다. 이는 삼성SDS의 새로운 변신을 위한 ‘1차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후유증은 작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SDS의 물류 IT솔루션을 통한 글로벌 물류 도약 의지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삼성SDS 관계자는 “대한통운 지분 참여가 불발됐지만 물류 IT서비스 외연확대는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한통운 인수 흐름을 지켜본 뒤 CJ가 최종 인수자로 되면 자연스럽게 삼성SDS가 CJ와 파트너십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CJ가 처음엔 ‘전쟁’을 예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 화해 모드로 전환된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작지 않아 보인다.
삼성생명 주식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생각해야 할 CJ로선 삼성과의 지속적인 마찰을 원치 않을 것이고, 삼성으로선 CJ와의 갈등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에 CJ가 손을 내밀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계열사의 자체 비즈니스 판단이기는 하지만, 삼성SDS가 그룹 이미지를 훼손한 만큼 향후 책임성 인사를 단행한 뒤 그룹이나 미래전략실에서 직접 물류사업 외연 넓히기를 챙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로지텍이 있지만 어디까지 배송에 국한돼 있어 그룹으로서도 글로벌물류 확장과 이를 통한 그룹 미래성장 밀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 후계경영과 물류사업은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세밀한 플랜’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