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7개 나라로 구성되어 전 세계 GDP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권 유럽연합(EU).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유럽연합과 관세부담 없이 무역할 수 있는 FTA가 이틀 후 발효되면 유럽수출 예상기업의 92%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도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해야 할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한-EU FTA발효에 따른 수출유망기업조차 추려내지 못하고 있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29일 중기청에 따르면 현재 성장가능성이 높은 수출중소기업을 발굴ㆍ육성하는 ‘상반기 수출유망중소기업’이 선정된 상태다. 지난해 수출실적이 500만 달러 이하인 제조업, 제조업 관련 서비스업 및 지식서비스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총 1256개 기업으로 부터 신청을 받아 ▷수출신장 유망성 ▷수출활동 수행 능력 ▷재무평가 등을 거쳐 총 695개 기업을 골라냈다.
하지만 중기청은 이렇게 지정된 수출유망중소기업들에 대해 언제 어떤 시장으로 수출을 지원할 지 밑그림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내달 1일 발효되는 한-EU FTA와 관련해 유럽 시장에 주력할 중소기업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수출유망중소기업은 2000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FTA만을 겨냥한 제도는 아니다”라며 “아직 어떤 기업이 유럽 수출 주력이 될 지 파악은 안 됐지만 선정된 기업들은 수출지원지원사업 참가시 가점부여, 자금 및 보증 우선지원, 해외마케팅 우대 등의 혜택을 통해 향후 유럽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중기청은 FTA발효가 코앞인데 부랴부랴 중소기업들의 실태 조사에 나서고 있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재 중기청은 관세청으로 부터 지난해 10만 유로 이상 수출한 300개 중소기업 명단을 확보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당면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유럽 수출을 위한 지원사항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달 1일 0시부터 사실상 FTA 효력이 발생하는데 아직 설문조사 결과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달 관세청에서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관세 감면을 위해 필요한 인증수출자 준비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이번 설문에 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어 ‘재탕’이 될 우려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증수출자 대상 기업은 총 4300개 중 지난주 기준 1600개 기업이 증명을 받았을 뿐, 나머지 미증명 2700개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소기업청이 유럽 수출 및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 인턴십 프로그램도 인턴 확보가 여의치 않고 한국 중소기업들의 반응도 저조해 단 2개의 기업만 참여하고 있어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