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을 어떻게 말도 하겠느냐. 평소에 착하고 어질고, 외아들인데도 반듯하게 자랐는데…”
이승훈 하사(25)의 고모 이복지(70)씨는 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들어서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4일 강화도 해병대2사단 해안 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해병대원들의 시신이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면서 장례식장을 찾은 유족과 친척들은 오열로 밤을 새웠다.
해병대사령부는 4일 오후 9시5분께 이승렬(20) 상병과 권승혁(20) 일병의 시신을 헬기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해 영안실에 안치했다. 이에 앞서 부상한 권혁(19) 이병과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사망한 박치현(21) 상병, 유족 확인이 늦어져 5일 자정께 병원으로 이송된 이승훈 하사 등 모두 4명의 시신이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5일 오전 장례식장에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각군 참모총장의 조화가 도착했으나 조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5일 새벽에 병원에 도착한 유족들 70여명은 탈진으로 병원진료를 받는 등 우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부 유족들이 군의 정확한 사건 브리핑 발표 뒤 장례절차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군당국이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고조사 담당관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렬 고모부인 박춘일(70)씨는 군당국의 설명을 듣고 나서 “다른 사병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권승혁 일병을 평소 미워해서 죽이고 싶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사병은 상황실에 있다가 총소리가 들려 갔더니 권승혁이 먼저 맞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중으로 해병대사령부와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례절차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지만, 책임소재와 유족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면 장례절차가 미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족들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상한 권혁 이병은 국군수도병원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19) 상병도 이들과 함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가 4일 오후 6시께 헬기 편으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다.
군 당국은 유족 측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취재진의 장례식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남=이태형ㆍ이자영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