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만 했더라도 징역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중형으로 가중처벌토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억원 이상 뇌물을 받기로 약속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뇌물이 담당 직무에 관한 것인지 또는 뇌물로 인한 부정처사가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지만, 이는 1억원 이상을 뇌물로 요구, 약속, 수수했다면 국가기능의 공정성과 공직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심각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이므로 공무원이 금품을 현실적으로 수수했는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에 그쳤다고 해서 불법의 크기가 작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구청 공무원인 이모 씨는 2006년 7월 번지수가 부여되지 않은 땅에 번호를 부여해 거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600만원을 받고 땅이 팔리면 3억원을 더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뇌물 수수와 요구·약속은 비난 가능성의 크기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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