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말다툼 끝에 자신의 차로 대리운전 기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운전자의 살인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강형주 부장판사)는 대리운전 기사 이모(50)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42)씨에게 사고발생 뒤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를 적용해 징역3년, 집형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회봉사 320시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지난해 12월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보다는 형량이 배로 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망인을 폭행한 끝에 차에서 내리게 함으로써 비극적 사고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음주상태에서 운전해 사망케하는 사고를 발생시켰음에도 그대로 현장을 이탈한 것은 그 결과가 매우 중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여전히 무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해차량을 후진시킬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고, 사건 당일 전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심하게 취해있었다는 진술에도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살해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차량을 후진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유죄의 의심이 든다”면서 “그러나 일관되지 않은 목격자 진술은 신빙성이 낮아 증명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피해자를 살해할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평소 쌓인 스트레스가 사건당일 폭발해 화를 참지못하고 순각적으로 살의를 품게 된 것으로서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는 검사의 주장은 추측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범행동기가 없다는 점은 특히 범행에 관한 간접증거만이 존재할 때 그 증거의 증명력을 떨어뜨린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구리에서 혈중알콜농도 0.143% 상태에서 대리운전기사 이씨를 불러 자신의 차를 타고 가던 중 이씨를 폭행하고 차로 치어 숨지게 해 의도적인 살인논란이 일었으나, 1심에서 살인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오연주 기자 @juhalo13>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