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적이 좋은 상위권 선수들에게 오히려 더 가혹한 평가를 하고 더 많은 기대를 한다. 그것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격려가 필요한 시기에는 한없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선수들에게 슬럼프는 찾아온다. 일시적으로 스윙의 오류가 나거나 잘못된 습관이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고갈이 되면 선수들은 급격하게 자신감을 상실한다. 문제는 슬럼프가 바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면 되는데, 문제 자체보다 더 크게 상황을 확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깊은 슬럼프로 이끌게 된다.
골프는 실수가 없는 게임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즉, 실수가 없을 수 없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런데 프로 선수들조차도 가끔 그것을 잊어버린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감정 조절에 실패하게 된다. ‘한 번 실수했을 뿐이야’라는 사실이 아니라 ‘난 전체적으로 스윙에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한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집중을 못했어’라는 현실 대신 ‘난 늘 이 부분에서 실패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실이 아님에도 본인의 감정을 더 중요시하고 신뢰하면 선수는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본인이 그렇다고 믿게 되면 결국 감정이 사실이 돼 버리고 만다.
프로라도 유난히 잘 안 풀리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볼이 벙커 턱에 박히거나 페어웨이에 안착한 볼이 디봇 자국에 놓여 있을 때 선수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하게 된다. 그때 감정보다 사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본인의 실력이 많이 줄었는데도, 계속 잘 치던 때만을 떠올리는 것도 문제다. 이 또한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에 대한 기대감만 크다 보니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실망하게 된다. 골프가 재미없어지고 자신에 대한 원망이 늘어간다.
슬럼프의 탈출은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고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실수했을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 느낌과 감정은 자기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을 믿을 때 골프는 플레이어에게 더 관대해질 것이다.
한국 골프 투어는 현재 짧은 기간이지만 오프 시즌이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시간을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가다듬는 시간으로 만들어 다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