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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왕도 안 부러운, ‘나는 마주다’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가 2011년 서울경마공원 마주를 모집한다. 개인마주, 법인마주, 조합마주 등 3가지 종류의 마주를 선발하는 이번 마주 모집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접수를 받으며 마주등록심의위원회를 거쳐 9월 초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마주란, 경마대회에 자신이 소유한 경주마를 출전시킬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마 선진국에서는 마주에 대한 평가와 위상이 크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수상보다는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경마는 당초 중세 귀족들이 자신이 소유한 말들을 달리기 시합 붙인 것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현대에도 마주는 주로 사회 지도층이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됐다. 마주가 되면 단순히 경주마를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사교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로 베팅이 불가능한 중동지역의 왕실에서 앞다퉈 유럽과 북미의 값비싼 경주마를 사들이는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마주가 사회 지도층으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다. 선진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마주로 활동하는 사례가 잦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할리우드의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미디어계의 큰손 테트 터너 등이 그 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부경, 제주 3개의 경마공원에서 약 1000여명의 마주가 활약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마주의 개념 없이 경마 시행체에서 경주마를 일괄 소유했으나, 1993년부터 선진국처럼 개인 마주제를 실시해 왔다. 그동안 마주 선발과 운영에 다소 폐쇄적인 모습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마주나 공동마주, 법인마주 등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선진국형 마주 제도로 진화 중이다. 마주들 역시 단순히 경주마를 통한 상금 획득이라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봉사활동이나 불우청소년 장학금 지급 등 사회공헌 활동을 시행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마주의 위상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주에 참가 중이다. 현재 과천시, 포항시, 상주시, 장수군, 함안군이 마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말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 지자체에서도 마주 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의 말산업에 대한 홍보를 도모하고 있다. 경마 팬으로서도 프로스포츠의 지역 연고제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소유한 경주마를 응원하는 재미가 생긴 셈이다.

마주는 경마가 ‘왕들의 스포츠이자, 스포츠의 왕(Sports of Kings, King of Sports)’이기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직업이다. 사회 지도층의 사교 수단뿐만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덕목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마주의 역할이 적지 않다. 마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마에서도 마주가 말산업 발전과 국민여가 선용이라는 경마의 존재 가치를 구현하는 명예와 영광의 자리로 인식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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