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형건설사에 부는‘ 相生경영’
원청-하청업체 공생모드대기업, 협력사 현장 정기방문·간담회
진솔한 대화 스킨십 통해 공감대 확산
대·中企 동등한 사업파트너로 자리매김
동반성장펀드 조성 붐
현대·한화·현대산업개발 등 자금출연
무이자·무보증에 대금지급기일 단축
협력사 유동성 지원 재무구조 개선효과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의 역사는 오래다. 대형 건설사를 정점으로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원청업체의 과도한 횡포로 하청업체가 상당한 고통을 겪어 왔던 게 사실. 하지만 ‘동반성장’이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도 상생경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중소 건설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업계에 일반화했다. 정기적인 간담회 개최 등 대화와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상호 간의 신뢰 또한 굳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장 찾고, 정기 간담회 열고, 깊어지는 스킨십=동반성장 분위기의 확산으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갑과 을 구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원청업체인 대형 건설사가 직접 건설현장을 찾고, 정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양자 간 대화와 스킨십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4월 120개 협력사 대표와 ‘2011 우수협력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연평균 20%에 달하는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경쟁력은 협력사의 신뢰와 협력 덕분이었다”며 “한화그룹의 핵심가치인 ‘신용과 의리’를 기반으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동반성장을 실현해 나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실제 한화건설은 2002년부터 10년째 우수협력사 간담회를 개최해 우수협력사를 발굴, 지원해 오고 있다.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기업에는 수의계약이 보장되며, 우수협력사로 선정된 기업에는 계약이행보증면제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한화건설은 또 분기별로는 ‘동반성장 Day’를 정하고 협력사와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낙동강살리기 31공구현장’을 방문해 협력사와의 현장 간담회를 주관했다.
현대건설 또한 건축, 토목, 전기 등 공종별로 협력사를 초청해 현대건설의 하도급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업체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는 총 4번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올해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원활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윤리ㆍ친환경ㆍ안전ㆍ품질교육 등도 병행하고 있다”며 “협력업체를 상호 동등한 사업파트너로 인식하고 진정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현대엠코 또한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 포상과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협력사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우수 협력사를 선정, 수의계약 부여와 계약이행보증금 면제 및 경감 등 차별화한 포상도 병행 실시하며,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자 건설현장에서도 대형 건설사를 필두로 한 상생경영이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사진은 협력사 건설현장을 찾은 한화건설 임원(왼쪽)과협력사를 대상으로 투명·윤리경영교육에 나서고 있는 현대건설 [사진제공=한화건설·현대건설] |
▶널리 퍼지는 동반성장 펀드=정부가 외치는 동반성장은 어느덧 대형 건설사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대부분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소 건설사의 자금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00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올해 80억원 추가 출연해 총 280억원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630여개 협력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 특성상 명절을 앞두고 협력업체의 자금 소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지난해 추석 전 56억원을 무상으로 대여했으며, 올해는 규모를 대폭 확대해 설 전 44억원 무상대여 및 다가올 추석에는 140억원을 무상으로 대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협력사에 대해 대금 지급 기일을 매월 13일에서 11일로 2일 단축했으며, 작년 말 순수 현금 지급이 50%가량이었으나 올해 말까지 65%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 한화그룹 8개 주요 계열사와 함께 1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나서고 있다. 협력사가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때 기존 금리에서 할인된 금리를 적용받도록 한 것이 ‘동반성장 펀드’다. 또한 중소 협력사의 단기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월 3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론’을 도입, 운용 중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처럼 협력사가 급할 때 이용하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또한 우리은행과 공동으로 12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했다. 시중보다 저렴한 우대금리로 자금을 대출하는 상생협력 펀드를 통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투자비용이 필요한 협력회사를 위한 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또 지난달에는 주완건설을 비롯한 17개 우수 협력회사에 42억원을 무이자로 직접 대여했으며, 작년 9월과 올해 1월에도 2차에 걸쳐 총 105억원을 협력회사 35곳에 무이자 대여한 바 있다. 이러한 무이자·무보증 대여방식의 자금 지원을 통해 협력회사는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고, 금융비용도 절감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게 된다.
이 밖에 현대엠코 또한 200억원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해 운용 중인데 벌써 20여 협력사에서 이 펀드를 차입해갔다. 운영자금이 필요한 협력사에는 직접 지원도 한다. 지난해 4월에는 기업은행과 워크론 도입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