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3000km 거리 좁혀져
두 태풍 세력 비슷해 마찰 예상
상호작용땐 진로이동 예측 불가
북서태평양에서 제11호 태풍 ‘난마돌(NANMADOL)’과 제12호 태풍 ‘탈라스(TALAS)’가 함께 발생하면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필리핀 마닐라 동쪽 530㎞ 부근 해상에서 제11호 태풍 ‘난마돌’이 발생한 데 이어 25일 오전 9시에는 ‘난마돌’ 발생 인근 지역인 괌 북서쪽 약 600㎞ 부근에서 제12호 태풍 ‘탈라스’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상태뿐 아니라 현재 북태평양 수온이 28~29도로 높아, 태풍이 발생하기 좋다. 이로 인해 두 개의 태풍이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3시 현재 ‘난마돌’은 중심 기압 945hpa의 중형 태풍으로 관측됐고, 소형이었던 ‘탈라스’ 역시 세력을 키우며 중심 기압 990hpa의 중형 태풍으로 발달했다. 강도가 비슷한 두 태풍이 북태평양 인근 지역에서 발생해 북상 중인 셈.
기상청은 ‘탈라스’의 경우 계속 북북서진해 오는 31일 오전 3시께 일본 도쿄 남쪽 약 69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난마돌’ 역시 31일 오전 3시께 대만 타이베이 동쪽 약 21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26일 오전 5시 천리안 위성이 찍은 제11호 태풍 ‘난마돌’(왼쪽)과 제12호 태풍 ‘탈라스’의 위성 사진. 이들 태풍은 오는 31일 각각 대만 동쪽 210㎞ 부근 해상과 도쿄 남쪽 69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기상청] |
문제는 예보를 통해 예상 이동 경로를 살펴보면 두 태풍이 점점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두 태풍이 만나 인접하거나 충돌할 경우 이상 진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충돌 뒤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김태룡 기상청 태풍센터장은 “현재 두 태풍이 2000~3000㎞ 정도 떨어져 있지만, 계속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1200㎞ 내까지 가까워지면 서로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주는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지와라 효과’는 두 개의 태풍이 1200㎞ 내로 근접할 경우 상호작용으로 인해 서로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두 태풍의 크기 차가 크면 한쪽이 또 다른 한쪽에 흡수ㆍ합병돼 소멸되지만, ‘난마돌’과 ‘탈라스’처럼 크기가 비슷할 경우 심한 마찰을 일으키며 이상 진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후지와라 효과’로 세력이 강해지는 경우는 없다. 태풍의 원동력은 따뜻한 바닷물뿐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태풍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태풍의 바람으로 인해 각각 북서, 남동으로 진로를 급변동하거나 하나의 태풍이 급격히 진로를 유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태풍의 크기가 크면 상호작용을 미치는 범위도 넓어진다. 1200㎞ 밖에 위치해도 충분히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두 태풍의 세력이 차이가 크면 예측이 가능하지만 세력이 비슷한 경우 충돌하면 진로를 예상할 수가 없다”면서 “당장 닷새 내에는 만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두 태풍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특별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