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부양책 기대로 코스피가 반등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 ‘베어마켓(bear market)’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9일 대우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주장해 불씨를 댕겼다.
반면 삼성증권은 한두 달간의 추가 조정 후 상승 추세로의 복귀 가능성을 옹호하고 나섰다.
보통 베어마켓은 장이 최고점 수준에서 20% 이상 하락 구간에 상당 기간 머물 때를 뜻한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 19일 종가 1744.88을 기록, 52주 최고가(지난 4월 27일 2231.47) 대비 20% 내린 1785.18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베어마켓에 대한 정의에서 ‘상당 기간’은 보통 2개월 이상을 뜻한다. 최근 폭락장에서 코스피는 단 6거래일만 1785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아직 대세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단기 바닥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적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본격 상승 추세 재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월 초까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특히 기술적으로 9월 증시 전고점(1892) 돌파 여부가 상승 추세로의 복귀 가능성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유 연구원은 “보통 국내 주식시장은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쳤거나 밸류에이션이 비쌌을 경우 본격 약세장에 진입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도 고점 통과의 징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이 이미 ‘순환적 약세장’에 들어섰다는 분석으로 베어마켓을 주장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파른 조정 후 주가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선 미국의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우려가 시장의 과민반응이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0년대 이후 나타났던 과거 5차례 순환적 약세장의 평균치를 보면 코스피의 약세 지속기간은 평균 25개월, 하락률은 56%에 달했다. 국내 증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편 베어마켓 여부를 둔 의견은 엇갈리지만, 투자전략은 비교적 한 곳으로 모아진다. 주식 비중 축소다.
유 연구원은 “과거의 지지선인 200~30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960~2020이 단기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베어마켓 랠리의 평균 반등 강도가 20%였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6개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1600~2050으로 제시했다. 2000선에 근접할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김영화 기자/ 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