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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 그린의 묘한 사모님들
제가 골프장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입니다.

굉장히 멋을 내신 신사 두 분과, 굉장히 멋을 내고 아줌마이기를 거부하신 여성 두 분의 입장. 라커로 안내해 드리고 잠시 후 골프웨어로 갈아입고 나온 모습 역시 패션쇼 현장을 보는 듯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 경기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진행이 안되는 팀이 있다고, 뒤팀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고, 팀플레이가 너무 늦고 음식물을 가 지고 와 계속 드시면서 다닌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늦었냐고 담당 캐디에게 확인한 결과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쌍쌍이 데이트하듯 걷고 카트에서는 음식물을 먹여주고 심지어 뽀뽀까지 했다는 희안한 얘기까지 확인이 되었습니다.

사실 부부팀이 아니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얘길 들으면 눈이 번뜩해지는데 참견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참 난처했습니다.

나중에 라운딩을 마치고 한 신사분이 프런트에서 계산을 하더니 프로숍으로 오십니다.

왠지 끈적한 눈빛으로 절 한참 보시더니 “이름이 뭐예요? 왜 이름표가 없어요?” “네 제 이름은 ○○○라고 합니다” 그날은 사복을 입고 있어서 이름표를 달지 않았습니다. “음, 다음에 ○○○ 씨에게 전화해도 될까요?” “네? 어떤 일로 제게 전화를 주실건지요?” “그냥 인상이 아주 맘에 들어” 헉….

오늘 날씨도 좋았는데 라운딩은 즐거웠냐며 주제를 돌린 뒤 저는 잠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코끝을 스치는 진한 향수! 고개를 들어 보니 아주 과한 모습으로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로비를 한바탕 전율케 하는 요상한 사모님들의 웃음.

어쨌든 그 사모님들은 그 신사분들의 행방에 대해 질문을 했고 프런트 여직원들이 먼저 나가셨다고 하자 두 분도 나가시려 했습니다.

그 순간 “저어 사모님, 사모님들 것은 계산이 안되었는데요?” 저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서로 머쓱해하는 모습. 저는 모른척 다른 곳으로 갔고, 그 사모님들 중 한 분이 그 상황을 수습하느라 이런저런 말씀으로 쑥쓰러움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떠났습니다. 떠난 자리엔 진한 향수가 남긴 향기와 껄끄러운 향기가 함께 남았습니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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