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며 기업들의 실적이 대거 하향될 전망이지만, 아직 증권사의 실적 추정에는 제대로 반영이 안돼 3P(PERㆍPCRㆍPBR)로 요약되는 기존 밸류에이션 판단 기준이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기업 밸류에이션 판단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주가수익비율(PER)나 주가현금흐름비율(PCR)의 경우 상당수 증권사들이 3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는 낮추고 있으나 아직 연간 전망치에는 손을 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또다른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경우 최근 ‘묻지마 폭락장’에서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함을 뜻하는 ‘PBR 1배 미만’으로 떨어진 종목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라 밸류에이션 판단 기준으로서 의미 부여가 힘들어졌다.
따라서 현재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PER보다는 최근 한달 조정된 주당순이익(EPS)를 살피는 것이 그나마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지수 하락기에는 기업의 추정실적이 지수에 후행해 조정되는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추정실적 하향조정 우려로 밸류에이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효한 스타일 전략은 EPS 모멘텀”이라고 지적했다
EPS 모멘텀 스타일은 전월에 비해 EPS 상향폭이 큰 종목들로 이루어진 스타일로, 추정실적이 낮아지는 국면에서는 추정실적이 가장 덜 낮춰지는 종목으로 구성된다.
안 연구원은 EPS 모멘텀이 큰 종목으로 대우건설, LG디스플레이, STX팬오션, SK브로드밴드, 한미약품, 한진중공업, 한국전력, LG이노텍, 현대상선, 덕산하이메탈 등을 꼽았다.
PER의 업그레이드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간 실적 추정치에 기반한 과거 PER에서 벗어나 최근 한달간 조정된 EPS를 반영하거나 없을 경우 3개월 EPS에 30%를 할인조정한 ‘시간조정 PER’가 하락장에서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간조정 PER는 단순 PER의 단점인 컨센서스 EPS의 질적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하고, 특히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상향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태광산업, 코오롱인더, 동국제강, SK, STX엔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GS홈쇼핑,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을 시간조정 PER 상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종목들로 꼽았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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