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망…국내 증시 영향은?
정보기술업종지수 13% 상승…잡스 효과 확대해석엔 경계펀더멘털이 최대 관건…향후 증시 美·유럽 실물경기가 좌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주식시장은 모처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반사익 기대감으로 전기ㆍ전자업종과 함께 차화정이 반등장의 선봉에 서고 있다.
그러나 이날 지수 상승은 잡스 사망보다는 유로존 은행의 자본 확충 움직임과 미국 경제지표의 예상밖 호조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증시 방향성의 키는 역시 정책 공조에 따른 유럽 재정위기의 완화와 미국 실물경기의 회복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IT주, 잡스 효과는 제한적=지난 8월 25일 잡스의 애플 CEO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코스피 정보기술(IT)업종지수는 13.87% 올랐다. 이 기간에 코스피가 -5.02%를 나타낸 점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성과다.
주요 종목을 보면 LG전자가 26.36%로 가장 큰 폭 상승했고, 하이닉스 23.07%, 삼성전자 13.92%, 삼성전기 12.54%의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반면 태양광 사업 등을 함께하는 삼성SDI는 -15.2%로 부진했고, LG디스플레이도 -6.2%로 IT주 반등 국면에서 소외됐다.
물론 IT주의 전반적인 강세에는 잡스의 경영 공백으로 애플과 글로벌 경쟁을 하는 삼성전자, LG전자가 반짝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한 몫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만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D램값 바닥론과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주가 상승에 더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전일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4S’의 성능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쳐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롱텀에볼루션(LTE)폰의 경쟁력 강화 전망이 IT주 투자심리에 호재가 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잡스 사망설 때도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면서 “시장은 애플이 시스템을 잘 갖춘 회사라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번 소식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등으로 주요 IT주의 주가는 8월 초 폭락장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았지만, 우려는 어느 정도 선반영된 만큼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2400억원을 나타내 전년 동기는 물론 전 분기 대비 감소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3조원 방어에는 성공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7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에 대해 “3분기 영업 손실 3050억원이 예상되지만, 7~8월의 깊은 골을 지나 9월부터 실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LG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3분기 273억원, 4분기 1222억원으로 예상된다. 정상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진하지만, LTE폰 성장 기대로 4분기가 실적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향후 IT주의 추가 상승을 위한 관건은 오는 4분기 실적을 좌우할 이달 중 D램값의 반등 여부와 스마트폰 판매 추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유럽에 쏠린 눈= 6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0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9배를 나타내 아직 역사적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당분간 유럽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 공조 논란에 따라 코스피의 등락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지연되고 있으나 아직 기대를 버릴 때는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일방적인 하락세는 점치기 어렵다. 유럽 재정위기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시스템 리스크 발생 억제라는 큰 틀은 아직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진한 경기여건은 오히려 유로존과 미 정치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은 ECB-EU-IMF 트로이카와 그리스 정부 간의 정치적 조율로 해결 가능한 문제다. 이번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시장 안정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중요한데 시장에서 회자되는 커버드 본드 매입이나 12개월 장기 대출프로그램 등은 금융권의 장기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 사태가 가닥을 잡을 때까지 세계 경제가 얼마나 버텨줄 것인지다. 특히 미국은 경기둔화와 장기침체의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이 유럽 사태의 본질적 해결책은 아닌 것이 분명한 만큼 결국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의 회복이다. 유럽이 경기하락 억제책을 마련하는 동안 미 경제가 얼마나 하방 경직성을 보여줄지를 살필 때”라고 지적했다.
당장 7일엔 미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미 9월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9.1%가 예상된다. 함께 나오는 민간부문 고용은 8만9000개 증가해 전월의 1만7000개 증가보다 늘어나지만, 아직 10만개를 밑돌아 제한적인 개선이란 평가다.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결과도 주목된다. 컨센서스는 금리 동결이지만 일각에선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ECB가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영화 기자@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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