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 흐름에비해 과도하게 출렁거리는 한국 금융시장의 원인해석과 해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 브레인인 강만수 산업은행 총재와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전 금융위 부위원장) 가 각각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놔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은행세 도입 등 이른바 외환시장규제 3종세트의 산파 역할을 한 신현송 교수는 전형적인 규제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즉각적인 토빈세 도입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주력했던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반규제론자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토빈세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DI주최 세미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신현송 교수는 6일 “제도 개선은 호황때 해야한다”말로 현재는 상황은 지켜볼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즉 시장 규제는 타이밍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시장의 변동성 자체를 정책 목표로 하면 정책이 올바로 안갈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불안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현송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한국의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던 2010년과 2011년 상반기에 걸쳐 은행세 도입과 김치본드 규제 등 외환규제 3종 조치를 실시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대신 신 교수는 외환시장 혼란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부문의 건전성 관리에 당국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기 시에는 항상 차입기관인 은행부문이 위기를 확대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해왔다”며 “은행부문만 잘 관리해도 시장 변동성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가 닥치면 은행들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을 통해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개발은행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가 함께 해야한다는 전제를 달고 토빈세 도입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본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신흥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이 다분히 섞여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의 경제구조가 벤처기업과 유사하다며 일종의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모든 게 수출 위주로 돌아가고 자동차,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의존하고 있다”며 “성공한 벤처기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경기가 좋아지지만 세계경제가 불안해지면 경기 하강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지금 경제구조는 (세계경제가) 좋을 땐 아주 좋고 나쁠 땐 몹시 나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런 구조가 싫다면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강만수 회장이 주장했던 외환보유고 달러를 은행들에게 공급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신현송 교수는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취약성을 먼저 줄이는 게 먼저라는 설명이다.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반대의 입장이었다. 그는 한국형 경제구조하에선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은행들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선진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하며, 조달금리가 높다고 외환보유고를 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환율론자’로 알려져 있는 강만수 회장의 주장은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 금융회사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