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수요 양호한 ‘AA’집중
‘BBB+~A-’구간 최대감소
금융위기·업황부진 우려감
中企 자금조달 갈수록 악화
원화약세·원자재값 부담도
정부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기업들의 직접자금 조달 창구인 자본시장에서도 상생보다는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대내외 악재에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비우량 회사채 발행은 급감하고, 우량채 발행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중견ㆍ중소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 납품업체인 경우가 많아 원화약세에 따른 원자재수입 비용 부담까지 늘면서 자금사정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10일 발표한 3분기 채권시장 발행 동향에 따르면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물량 감소와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한 기업의 선제적 자금조달로 인해 2분기 보다 30.93%(-6조3442억원) 감소한 14조1688억원에 그쳤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BBB+~A-’ 구간의 발행액은 전분기 보다 무려 65.38%(-1조3883억원)가 줄어든 7400억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투자적격’의 마지노선인 이 구간은대부분의 중견그룹들이 해당하는 구간이다. 그만큼 중견그룹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BBB이하’도 46.22%(-2900억원)가 줄었다. 작년만해도 유동성팽창으로 BBB이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더블딥 우려가 불거지면서 수요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까닭이다.
대기업들에 해당되는 ‘A~AA-’도 32.94%(-2조5900억원)나 감소했다. 이 구간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높지 않지만, 경기둔화에 다른 투자수요가 줄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도 소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반면 ‘AA~AA+’ 구간 발행량은 오히려 6.77%(1700억원)가 늘었다. 이 구간 등급은 대부분 금융기관과 은행들인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량 기업들이 미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3분기 통안채, 국고채를 포함한 전체 채권발행 규모는 2분기 보다 15.43% 감소한 133조5402억원이었다. 금융특수채와 비금융특수채만 발행이 소폭 증가했고, 국채와 통안채 발행은 각각 26.61%(-8조3062억원), 22.59%(-13조7300억원)씩 감소했다. 물가연동국채(10년물)는 2분기 발행액이 960억원이었으나 3분기 4540억원으로 늘어 물가상승에 따른 꾸준한 시장 수요를 드러냈다.
금융특수채는 중소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발행량이 9월에 집중되면서 28.65%(3조3365억원) 증가했다. 비금융특수채는 LH공사가 채권발행을 늘리면서 11.11%(1조7849억원) 증가해 발행됐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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