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백화점 입점업체들에 대한 전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판매수수료 인하를 놓고 대형유통업체와 공정위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0일 루이뷔통, 샤넬, 구찌, 카르티에, 아모레퍼시픽, 제일모직, LG패션, MCM 등 8개 업체 사무실로 조사관을 파견, 백화점 계약관련 서류를 확보하는 등 집중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관계자들은 해당 업체의 백화점 관련 부서의 컴퓨터 파일과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는 한편 담당자들에 대한 대면조사도 벌였다. 특히 입점업체와 백화점 간의 판매수수료와 인테리어 비용 분담 등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뷔통코리아 관계자는 “어제 공정위 조사관들이 청담동 사무실로 찾아와 조사를 벌였다”며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응한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일단 대형 입점업체들의 실태부터 조사한 뒤 중소입점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벌여 백화점과의 거래관계에서 불공정 사례가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로 공정위와 대형 유통업체들간의 추가 협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위는 백화점 업체들에게 진전된 수수료 인하안을 제시해달라며 지난 주말로 시한을 못박았다. 하지만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백화점 빅3 대표들이 공식 일정을 이유로 10일 모두 외국으로 출국하면서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현재 백화점들은 공정위의 직권남용 소지에 대해 향후 법적 대응까지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압박이 외부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당장 회사 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 백화점들이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공정위는 백화점들의 말바꾸기를 꼬집고 있다.
지난달 수수료율 인하안에 합의해놓고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제와 입장을 바꾸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자동차, 전자, 조선,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계가 대ㆍ중소기업간 공생발전을 도모하는 와중에 유독 유통업체들만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홍승완ㆍ도현정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