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을 우선한다면 강변 땅이나 계곡 옆 땅이 그 답이 될 것이다. 또 전원생활에 더해 투자가치를 중시한다면 고속도로IC 인근이나 동계올림픽 개최 등 굵직한 호재가 있는 주변 땅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풍수지리를 따진다면 정남향에 배산임수를 갖춘 땅이 바로 명당이다.
하지만 풍광, 투자가치, 풍수 입지 등 개별적인 관점에서 보는 전원명당의 조건이 다르다 할지라도 결국은 ‘살기 좋은 땅’이어야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보기만 좋고 살기에는 나쁜 땅이라면 명당이 아니다.
살기 좋은 땅은 보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활용도가 높은 땅, 즐길 수 있는 땅이어야 한다.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해야 한다. 매입 당시부터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면 이후 살기 좋게 느껴질 리가 없지 않겠는가?
영월 주천면 판운리 위치도 |
여기서 보기 좋은 땅과 살기 좋은 땅을 구별할 필요가 생긴다. 강변과 계곡 옆 땅은 보기에는 멋지다. 하지만 북향이라 일조량이 부족하고 주변이 막혀 있다면 그저 보기 좋은 땅일 뿐이다. 또 워낙 경치가 뛰어난 탓에 주변에 펜션과 식당, 모텔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다면 호젓한 전원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풍광, 투자가치, 풍수 입지 등 모든 장점을 갖춘 땅이 있다면야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땅은 매우 귀하며, 있다고 해도 이미 주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와 수주면 법흥리는 영월의 서북쪽 끝단에 위치해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호젓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법흥사로 유명한 법흥계곡 주변은 이미 ‘뜬’ 지역이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청정하다. 그래서 현재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지을만한 땅은 3.3㎡(1평)당 30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나마 살만한 땅이 별로 없다.
판운리 일대 전경 |
법흥리란 지명은 법흥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법흥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라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자장율사가 흥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으나, 1902년 법흥사로 개칭되었다. 징효대사 보인탑비(보물612호)와 부도, 적멸보궁, 사리탑, 석굴, 인왕상과 사천왕상이 양각된 팔각원당형의 부도 등이 남아있다.
법흥계곡을 따라 흐르는 법흥천은 호아지리박물관 인근에서 주천강과 합류한다. 술면, 애운(알면), 마장동, 적실, 새터, 광대평, 도마니, 대촌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흥계곡은 주변에 펜션 야영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점차 계곡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실제로 법흥천은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크게 줄어 계곡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
법흥계곡 동쪽에 위치한 판운리는 새롭게 ‘뜨는’지역이다. 판운천이 흘러 판운2교에서 평창강과 합류한다. 평창강은 선암마을로 유명한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만나 서강이 되고 영월읍에서 다시 동강과 합쳐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법흥리 법흥사 전경 |
판운천을 따라 2차선 도로를 타고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큰 낚시터와 영월자연학교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맑은 시냇물과 즐겁게 지저귀는 산새들, 그리고 길가에 핀 야생화와 밤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별 등 오래전 고향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더 상류로 올라가면 백년산장. 관음사 등이 나타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1급수로 아주 맑고 깨끗하다. 판운리는 2차선도로를 갖추고 있어 진입여건도 좋다. 또한 이곳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 땅 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3.3㎡(1평)당 10만원 중후반 대 매물도 더러 있다.
----------------------------------
■지역전문가가 말하는 전원 땅 체크포인트-전원부동산(033-375-0013) 김기창 중개사
김기창 중개사 |
영월읍에 위치한 전원부동산의 김기창 중개사는 “지금이 저렴한 급매물과 원주민 매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대형 호재가 발표된 이후 호가가 크게 올랐지만, 오히려 이를 매도 기회로 여겨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오는 매물도 있는 만큼 이런 매물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어차피 시간이 지난수록 대형 호재는 점점 가시화되고, 땅값 역시 점진적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중개사는 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난 매수-매도 요구는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는 “꼭 팔아야 하는 처지의 땅 소유주가 지나치게 높게 매도 가격을 부르면 가격을 낮추도록 설득한다”며 “매도-매수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나름 애를 쓴다”고 말한다.
김 중개사는 영월 땅 시장의 전망을 낙관한다.
“평창 올림픽 후광효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월은 전원생활하기에 좋은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주변에 인프라 확충 공사도 한창이구요. 그래서 미래가치가 유망합니다.”
그는 또한 지금이 땅을 보러 다닐 적기라고 설명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10월 중·하순부터 11월 초순은 맨 땅이 드러나는 시기여서 땅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