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모셔오겠다는 기업인은 누구일까?

지난주 신임 회장 선거를 마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지난 23일 열린 선거에서 이명하 후보가 최상호 후보를 제치고 제14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지명도에선 최상호 후보가 앞섰지만, 이 신임 회장은 ‘당선될 경우 바로 외부 기업인을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며, 연간 5억짜리 대회 18개 이상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공약을 내걸어 회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공약의 실현가능성이다.

이 회장은 선거 전 “영입을 타진중인 기업인이 있으며, 23일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선 이후 프레지던츠컵 한국 유치에 크게 기여한 풍산그룹 류진 회장을 모셔오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도 이명하 회장 캠프쪽에서 ‘류진 회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돌린 바 있다.

그러나 풍산그룹이 절대 KPGA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또 다시 밝히면서 상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풍산측은 이달 초 ‘어떤 후보가 되더라고 KPGA 회장을 맡지 않겠다’는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했다. 그리고 선거 직후 자신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자 “이미 고사한 상태인데도 계속해서 류진 회장의 이름을 거론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류 회장을 모셔오겠다’는 발언이 이어지자 지난 25일 또 다시 ‘절대 안간다’는 뜻을 협회측에 전달했다고 일부 회원들은 전했다. 결국 류 회장 영입 카드는 선거용에 그칠지도 모를 상황이 된 셈이다.

다시 말해 현재 이명하 회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류 회장 모시기는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이 회장은 류진 회장을 모셔올 가능성이 있느냐, 아니라면 대안은 있느냐는 질문에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마땅한 대안이 있다는 것도 아닌데다, 기업인이 오면 수십억을 들여 많은 대회를 만들어줄거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때문에 최상호 후보를 지지한 회원측은 물론, 이 회장을 지지한 회원들 쪽에서도 과연 누구를 영입하겠다는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약을 못지킨다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지킬 수 없었던 약속을 내걸어 당선이 된 것이라면 도덕성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