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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소는 누가 키우나” 축산농가 분노·허탈
소값 폭락…전국이 비명
육우 1두 20만원→1만원

비정상적 가격에 잇단 투매


한우협회 청와대서 항의집회

정부, 한우 軍납품 방침에

“쇠고기 먹는 최고직장” 냉소


재래식 축산업 부작용 심각

얽히고 설킨 유통체계도 문제

임진년 벽두부터 소값 때문에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20만원 선이던 육우 송아지 값이 축산농가의 투매 속에 1만원이란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추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면서 소를 두고 천태만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서울인천경기도지회는 5일 소 2000마리를 몰고 청와대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소값은 떨어지고, 사료나 기름 등 사육비는 오르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해결책이 ‘암소 도태’와 같은 “소 키우지 마라”는 수준에 그친 데 대한 반발이다. 청와대 앞에 소떼를 앞세운 분노한 농심이 장사진을 치게 될까봐 관련 기관들은 전전긍긍이다. 

그런 가운데 “소는 누가 키우나”는 유행어로 유명한 개그맨 박영진 씨는 ‘한우 전문 쇼핑몰’을 열어 화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키우지 말라는 소를 “내가 팔겠다”고 나서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소값 안정책의 하나로 군인들에게 ‘돼지고기 대신 한우를 먹이겠다’고 한 것도 곳곳에서 화제다. “군대는 쇠고기 맘껏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식의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청년실업과 소값 급락에 대한 네티즌들의 냉소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적정선 수준을 50만두 이상 웃돌 만큼 많이 사육(305만두)되는 데다 키우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소의 특성상 기형적인 쇠고기 수급을 정상화하는데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값 파동이, 수십년간 방치되어온 우리의 ‘재래식’ 축산업의 부작용이 일거에 터저나온 것으로 본다.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다. 단기 예측에 실패한 현 정부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금 혜택을 남발하고 구조적 모순을 방치해 한우사육두수만 늘려 놓은 이전 정부들에도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농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축산전문가는 “과거에는 소가 들판에 널린 꼴만 먹이면 되는 ‘고정자산’이었다면 최근에는 국제유가, 원자재값, 국민 실질소득 등에 따라 가격이 아주 민감하게 움직이는 ‘변동자산’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영세 축산농가들은 일단 키우면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복잡하게 얽힌 유통업계도 책임이 있다. 한우의 적정 가격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한우’ 꼬리표만으로 과도하게 높은 가격정책을 유지해온 음식점, 백화점, 마트 등이 소비자들과 한우 간의 간극을 넓혀놨다는 지적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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