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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학 지광스님 "법정스님 메시지,무소유가 아니다"
“법정 스님 하면 모두들 ‘무소유’만 이야기합니다. 물론 스님께서 무소유를 말씀하셨지만 그게 스님이 전하려던 핵심 메시지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법정 스님의 메시지를 무소유 하나로 한정하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 스님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스님으로부터 지광(智光)이라는 법명을 받았던 변택주 씨. 12년간 법정 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봤고, ‘맑고 향기롭게’ 이사를 역임했던 지광 스님이 신간 ‘법정, 나를 물들이다’(도서출판 불광)라는 책을 펴내며 이같이 주장했다.

당초 변 씨는 책 제목으로 ‘무소유가 아니었다’를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사 측에서 "그 제목은 곤란하다"고 해서 ‘법정, 나를 물들이다’로 바뀌게 됐다. 불광의 편집자는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변 씨는 법정 스님이 풀어낸 오관게를 소개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론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을 버리고/몸을 보호하는 약으로 알아/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를 좀더 쉽고, 자세하게 풀면 "대체 이 음식은 어디서 왔으며/ 음식이기에 앞서 무엇이었을까? / 한 목숨, 우리와 꼭같은 목숨이었다//이 목숨이 살아 있기까지/ 뭇 목숨이 얼마나 유명을 달리 했을까?//뭇 목숨 살신공양으로 이어온 삶"이라는 것이다.



이어 "중이 밥값이나 하고 가야겠다"던 말씀은 "이 음식이 여기오기까지 해와 바람, 물을 비롯해 제 몸을 기꺼이 내준 헤아릴 수없치 많은 어머니 은혜와, 심고 가꾸고 거두어들인 수많은 손들이 흘린 땀을 헤아려 개체, 날목숨이 아닌 전체, 온 목숨으로 살라"는 말씀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법정 스님 메시지의 핵심은 "온누리는 서로 서로 어우렁더우렁 한바탕 놀다 가는 놀이 한마당"이라는 것이다.

변 씨는 이번 책에서 법정 스님과 종교 벽을 허물고 우정을 나눈 전(前)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온누리 어머니로 사는 원불교 박청수 교무, 성철 스님 시봉일기로 유명한 원택 스님, 괭이 한자루 들고 등산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파 내려오던 백지현 씨 등 19명의 이야기를 자세히 수록했다. 그는 “스승이 홀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펄펄 살아 숨쉬던 어른이었음을 알리고 싶어 책을 냈다"고 밝혔다.

이번 책을 접한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전 충북대 철학과 교수)는 "변 씨가 먼저 쓴 책 ’법정 스님 숨결’을 읽으면서 깨우친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일깨움이 일깨움을 불러왔다"며 "어허, 법정 스님 둘레에 이런 어른들이 계셨구나. 이 어른들께도 두 손 모아 큰 절 한번씩 올려야겠구나"라고 화답했다.



이어 "법정 스님이 들러주셨다는 모기 이야기, 정신이 번쩍 든다. "시머어니 모기가 집을 나서면서 ‘저녁밥을 지어 놓을까 보냐’고 묻는 며느리한테 ‘모진 놈 만나몀 맞아 죽을 거고, 좋은 사람 만나면 얻어먹을 거니까’ 이래도 저래도 저녁받 차리지 말라는 얘기인데.." 아,‘법 보시’는 바로 이런 거구나. 살아 있을 때 마음 ‘쓰고’, 숨 놓으면서 마음 ‘놓은’ 이, 법정 스님의 숨결이 글 갈피갈피 어려 있다. 글로나마 스님 다시 뵙는 기쁨에 오늘도 좋은 날씨"라고 추천의 글을 올렸다. 352쪽. 1만5000원.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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