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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튼튼...사랑의 열매 기획>“가정폭력 이기고 수필대회에서 대상까지...”
“제가 요즘 얼마나 행복한지 나열하자면 오늘 밤을 새야 할 것 같아요. 마음에 안정도 생겼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며 꿈 꿀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글 쓰는걸 좋아하고 장래희망이 ‘사회복지사’라며 들뜬 표정으로 희망을 얘기하는 노모(16) 양. 그는 올해 경기도 남양주시가 주최한 수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꿈을 얘기하며 작은 농담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이 티없이 맑은 소녀도 처음부터 행복하진 않았다. 지독하게 힘든 시간이 있었다. 희망보단 절망이 익숙한 시간이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윈 노 양은 친 오빠와 함께 살았다. 세상에 둘 뿐인 애틋한 남매지만 노 양의 삶은 폭력의 연속이었다. 하루하루 오빠의 폭언과 폭행은 노양을 힘들게 했다. 잦은 구타와 계속되는 폭언은 노 양의 마음과 정신을 병들게 했다. 식사, 빨래 등 오빠 수발도 모두 노 양의 몫이었다. 친척들에게 도움도 청해봤지만 모두 노 양의 잘못으로만 치부했다. 노양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절망적이었다”면서 “매일 울다 잠들었고 죽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터 놓을 곳은 작은 일기장밖에 없었다”고 힘들게 말을 꺼냈다.


노 양은 결국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친구 소개로 상담소를 찾게 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시설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수차례 자해 소동까지 일으키며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노 양은 “당시 폭력에 대한 스트레스로 맞는 걸 쳐다보지도 못하고 큰 소리나 욕설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그곳은 매일 욕설과 큰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오빠랑 있을 때만큼 두려움을 느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후 찾게 된 곳이 바로 경기 남양주시아동보호기관. 노 양은 이곳을 통해 한 그룹생활가정(그룹홈)에 입소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소년ㆍ소녀가장들이 부모역할을 하는 관리인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다. 지난 1997년 소년ㆍ소녀가장들에게 시설보호뿐 아니라 가정보호도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도입됐다.

노 양은 이곳에서 지속적인 미술심리치료와 통원치료를 받았다.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우울증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자해행동은 사라졌고 우울증도 완화됐다. 노 양은 “일주일에 한번씩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전문치료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지나간 일들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오빠에 대해서도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등 여유도 되찾았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가정’이라는 울타리였다. 그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면서 선생님들과 매일 대화하고 상담하는게 제일 큰 치료가 된 것 같다”면서 “그룹홈은 저에게 내가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었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믿을 수있게 만들어줬다”며 밝게 웃었다.

노 양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틈틈이 봉사활동을 다니고 상담시간 마다 지도교사에게 사회복지사에 대한 질문을 쏟아낼 정도로 열성적이다. 노양은 “저같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서 “최근엔 사회복지사 관련 서적도 열심히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홈에서도 노 양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남양주시 아동보호기관 측은 “성인이 될 때까지 생활 및 학업 지원을 이어갈 것이며 성인 이후의 홀로서기 위해 ‘디딤돌 씨앗 통장’적금도 넣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심리적 상담을 계속 진행해 아이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hhj6386>
/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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