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10박 11일 일정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돈봉투에 대해선)‘모르는 얘기’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는 4월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 사건은 발생한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 아니라 중요한 선거 5개를 연속으로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며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5분 남짓 기자회견을 끝내고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자리를 떴으며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것이냐’,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인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앞서 고승덕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박 캠프 측으로부터 돈봉투가 건네져 이를 돌려줬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당협 간부 30명에게 50만원씩을 전달하라고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지난 16일 구속하는 등 수사에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안 위원장과 돈 전달자로 지목된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 등 관련자들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씨의 이메일 계정을 분석하는 등 물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들을 압박해 윗선을 파고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혹의 최정점에 선 박 의장에 대한 조사는 설 전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