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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오딧세이> 대한민국 박지성과 웨일스 긱스의 선택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홈경기를 보면 몇 가지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올드 트래포드 구장을 물샐틈없이 가득 메운 관중의 물결과 칙칙하고 음침한 기온 속에 서로를 독려하며, 90분을 확실하게 지배하는 환호와 탄식. 광팬들의 거침없는 비호(庇護)소리. 거기다 쉼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공격축구의 흐름. 그 날 그들에게 축구는 신앙과 같으며, 삶의 고단함을 일탈하는 고백의 전례(典禮)를 치르는 의식과 같다. 또한 삼대(三代)가 1년 내내 같은 열 같은 좌석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두터운 가족력을 확인케 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곳에서 펄펄 나는 우리의 ‘박지성’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대견스럽고 기대되고 자랑스럽다.

더불어 불혹을 눈앞에 둔 노장 ‘라이언 긱스’의 세월을 초월한 볼의 지배력과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구장(球場) 리더십’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저력만으로 뛰어 넘지 못하는 한계선이 존재했다.

월드컵 출전의 문제였다. 영국은 연방 국가를 표방하기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나누어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긱스의 조국인 웨일스는 4개 연방국가에서 가장 약체였다. 매번 월드컵 출전은 꿈에 불과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없는 팬들 입장에서는 언제나 아쉬움이 컸다.

헌데 올해 올림픽 주최국인 영국이 전격적으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와일드카드(23세 이상의 선수활용)로 긱스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사자인 그도 올림픽 출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 이번 올림픽 출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영광과 더불어 그동안 지탄받았던 사생활을 일신하고, 속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박지성은 최선을 다하고 영광의 무대에서 내려와 소속팀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후배에게 더 큰 기회를 열어준다는 선배의 깊은 배려였다. 하지만 팬들은 조금만 더 대표 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해주기를 바라는 잔존감이 늘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를 통해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면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며, 위기를 관리, 통제하는 선택 카드 자체가 소멸돼버린 아쉬움이 무엇보다 크기에 그렇다.

작년 말 ‘차두리’는 국가대표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더 없이 큰 영광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지성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밀러 대위의 끝없는 고뇌처럼 홀연히 올림픽 본선무대에 다시 서는 그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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