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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산권 보호냐 집단 이기주의냐
광명시 대단지 아파트 전체 ‘스크린 도어’ 설치 논란
외부와 완전차단 요새 방불
아파트측 “사생활·시설 보호”

미관 해치고 도로이용 불편
인근 주민들 곱지않은 시선

경기도 광명시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단지 외곽 전체를 보안 스크린도어로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는 시각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분위기를 저해하는 집단이기주의란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비밀번호나 보안카드로 문이 열리는 보안 스크린도어는 아파트 건물 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두 개 동의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고 이처럼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단지 외곽 전체를 둘러싸는 보안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 등도 외부인들의 단지 내 보행로나 놀이터 등 부속시설의 진입 자체를 통제하지는 않는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아파트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푸르지오하늘채 아파트. 재건축 입주 2년차를 맞은 총 12개동 1264가구의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이달 초부터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는 총 9개의 출입구에 보안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면 보안카드를 대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외부인들은 경비실에서 신원확인을 거친 후에 단지로 들어갈 수 있다. 외부인들이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려면 스크린도어 차단문만 두 번 통과해야 되는 셈이다. 사실상 아파트 단지 전체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독립 성곽을 이룬 모습이다.

수억원의 예산까지 들여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재건축조합 측은 외부인들이 단지 내 도로를 지름길 삼아 인근 지하철 역으로 지나다니는 탓에 단지 내 시설물이 훼손돼 적잖은 수리비용이 드는 데다 소음 문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시설물 관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아파트를 개방형으로 짓다 보니 외부인들에 의한 시설물 파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2개 동에 달하는 대규모 면적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은 데다, 자신의 재산권만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려는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인근 아파트단지의 주민 이모 씨는 “전국의 모든 아파트들이 이처럼 자신의 단지 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문을 설치한다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담당 지자체인 광명시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의 사유재산인 만큼 별도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광명시청 관계자는 “차단문을 설치하는 게 미관상, 그리고 정서상 보기에 거슬린다 해도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단독주택으로 치자면 집마당과 같다”며 “주민들이 외부인들의 출입을 저지해도 사유재산권 행사인 만큼 별도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광명=박정규ㆍ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1000가구가 넘는 경기도 광명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단지 내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에 보안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단지 내 도로로 통하는 출입구에 보안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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