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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힘들어도 더 일하고 싶다”-음식점 등 근로시간 축소 서민들 한숨
서울 동작구 소재 24시간 중국집에서 일하는 종업원 A씨(35)는 근로시간특례업종 축소 관련 이야기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앞으로 5인 이상 일하는 음식점 종업원들의 경우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할 수 없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무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 그는 “하루 12시간 일해야 겨우 3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데, 일을 못하게 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며, “그 법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방동 24시간 김밥천국에 일하는 여 종업원 B씨(44)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처럼 맞교대로 일해도 아이들 교육비 대기가 힘든데, 그 마저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사장이 시간당 5000원 주는 급여를 올려주지도 않을 건데, 무조건 근로시간만 줄여서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옆에서 일하던 한 종업원도 “일을 더 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억지로 일 못하게 만드는 법이 세상이 어딨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3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특례업종을 절반 이상 축소하는 내용의 공익위원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본지가 서울 인근 숙박업, 음식점업, 주점업 등의 종사자에게 긴급하게 물어본 결과, ‘반발’ 수준을 벗어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 과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내용이 입법화될 경우 이들 5인 이상이 근무하는 근로시간특례제외 업종 종사자들은 1주일에 52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한다.

사당동 24시간 금강산 감자탕집 사장 이점례(56ㆍ여)씨는 “결국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한다는 말이지 않느냐”며 “지금 식당 안을 보라. 손님이 거의 없지 않나? 가뜩이나 경기도 불황인데 법을 지키자고 사람을 더 고용하라는 말이 가능키나 하겠느냐”고 비난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Beetle Beetle’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함영훈(57)씨는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 다 문 닫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주방 아주머니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는데, 이제 두 타임으로 나눠 고용해 더 많은 월급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야식집에서 일하는 C씨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우리같은 종업원들이야 일을 더 하고 싶으면 다른 곳에 가서 일하도 되겠지만 업주 입장에선 바뀌는 제도를 따르기 힘들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 측에서는 ‘삶의 질’ 운운하지만, 삶의 질을 논하기 전에 돈을 벌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나같이 말했다. 나아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법을 어기는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도 제기됐다.

야간 청소를 하는 L(53)씨는 “새로운 인력을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월급은 줄고, 할 일도 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경원스파랜드에서 일하는 직원 P(56여)씨 역시 “적게 일하는 만큼 월급이 줄어든다면 더 일하는 게 낫다”며 “어차피 일하러 나오는데 몇 시간 더 일해서 돈을 더 버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근로시간특례업종 축소안을 내놓은 노사정위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5인~10인 정도 일하는 음식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당 근로자들의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근로시간이 제한되는 이들 업종 종사자들은 투잡을 가지면 될 것”이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음을 자인했다.

김현경ㆍ정진영ㆍ김성훈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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