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금속 중 구리를 ‘닥터 쿠퍼(Dr Copper)’라고 부른다. 건축자재, 전기전자 제품, 차량, 기계장비 등 모든 산업에 활용돼 경기선행지표의 역할을 하는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올들어 기초금속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구리 가격은 지난해말 톤당 7600달러에서 8370달러(2월 15일 기준)로 10.1% 올랐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말까지 큰 폭으로 하락해 세계경제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을 점치게 했었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낙폭이 컸던 구리가격은 12월부터 중국의 수입량 증가, 런던금속거래소(LME) 재고감소, 주요국의 양호한 경제 지표 등 영향으로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구리 수입량은 40만6000톤으로 전월대비 18.3%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LME의 구리 재고는 지난해 9월말(47만4000톤) 이후 감소세로 전환돼 현재(2월 10일 기준) 31만4000톤으로 축소됐다.
최근 미국의 고용 주택지표가 호전되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신용등급 강등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국채발행에 성공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하지만 구리 가격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정식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인용해 “중국의 구리 재고 비축이 일단락되고, 2~4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대규모 국채만기가 예정돼 있다”며 “경기와 유럽 상황 등을 감안하면 구리 가격 수준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연구원은 다만 “세계 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하반기에는 구리를 중심으로 기초금속 가격이 상반기보다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품목별로는 올해 안에 구리는 공급 부족이, 알루미늄과 납, 아연 등은 공급 초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