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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혹 두툼한 돈봉투, 검찰은 빈봉투만 ‘탈탈’
새해 벽두부터 온 사회를 뒤흔든 새누리당 돈봉투 사건은 검찰이 21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박 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실 정책수석비서관 등이 공모해 2008년 전당대회 직전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며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48일간 이어온 이번 수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재판에 넘기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사퇴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돈봉투의 규모나 출처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단 한계를 보였다.

▶자진 폭로한 300만원뿐? =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엔 솔직히 고 의원이 폭로한 300만원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10%도 확신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전대를 앞두고 박 의장 계좌에서 1억5000만원이 인출된 것을 확인했지만 출처를 밝혀낸 것은 고 의원의 300만원, 딱 2%다. 그 외 얼마나 많은 돈봉투가 얼마나 많은 의원들에게 뿌려졌는지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박 의장은 “경선 때 이벤트 비용 등으로 긴급히 썼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제출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당시 친이계 의원이 100명이나 달하는 데다 고 의원이 친이계 핵심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다른 의원실에도 돈봉투가 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여비서가 쇼핑백에 같은 봉투가 여럿 들어있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검찰은 직접적인 증거나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며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돈을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사람도 처벌되는 상황에서 추가 폭로나 양심고백을 기대하기 힘든데나 사건이 발생한지 3년 반이나 지나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돈 전달자로 알려진 곽모 씨를 조사하면 돈봉투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그가 입을 다물면서 물거품이 됐다. 결국 검찰은 현직 국회의장과 300만원을 놓고 법정에서 다퉈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무진은 구속, 윗선은 불구속 =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순 전달자 등 실무자 위주로 처벌되던 종전 수사 한계를 넘어 핵심적인 인물들을 기소했다고 자평했다. 곽 씨와 돈을 돌려받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 등에 대해 불입건 또는 기소유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협 간부들에게 2000만원을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의 경우와 모순된다. 안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유일한 인물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며 박 의장 혐의 내용에 안 위원장이 살포를 지시한 2000만원 부분은 제외했다. 그러나 박 의장 당선을 위해 뛴 실무진은 구속되고 그 최대 ‘윗선’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박 의장에 대해 금품제공 혐의로 정당법 제50조 1항을 적용한 데 비해 안 위원장은 2항 금품제공 지시 혐의를 적용한 점도 납득하지 어렵다. 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2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2항이 더 중하다. 안 위원장은 구의원들에게 돈 살포를 ‘지시’했지만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비서관은 돈봉투 살포 과정에 관여하고 ‘공모’했기 때문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다. 돈봉투 살포의 최대 수혜자인 박 의장은 단순 공모자, 안 위원장은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인 일을 지시한 인물이 된 셈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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