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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속어 사용은 청소년 문화…의미 모르고 무의식 사용”…이대 석사논문
청소년의 비속어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비속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속어 사용을 또래 문화의 일부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위해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청소년의 탈선과 비속어 사용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이윤지(25)씨는 석사 논문 ‘청소년의 비속어 사용 현상 연구’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 5월-9월까지 5개월여 동안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 1학년 남학생 2명을 대상으로 학교나 학원 등 그들의 일상 생활에서 또래 친구들과 지내면서 나타나는 언어 사용 양상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인 고교생 2명에게 연구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휴대용 녹음기를 이용해 평소 생활을 녹음할 것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총 100여개의 녹음 자료를 수집해 연구 자료로 사용했다. 녹음 자료에는 고교생 2명이 동일 지역에서 같은 학교나 학원을 다니는 또래 10여명의 대화가 반복적으로 녹음됐다.

연구 자료 분석 결과 학생들의 대화에서 사용된 어절 5085개 중 비속어는 745회 사용되며 전체의 18.4%를 차지했다. 비속어의 유형은 105가지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비속어는 ‘씨X’로 변이형까지 합치면 총 104회에 달했다. ‘존나’ㆍ ‘졸라’ (90회), 미친X(57회), 병신(50회) 등이 뒤를 이었다.

습관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각 단어의 정확한 어휘적 의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씨가 녹음 대상이 된 고교생 중 2명을 대상으로 자주 사용하는 비속어의 어휘적 의미를 적게한 결과 여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비속어 ‘씨X’은 “길을 가던 중 돈을 주웠는데 뒷면을 보니 가짜임을 깨달았을 때 쓰는 말”과 “오늘이 13일인데 내 출석번호가 13번 일 때 쓰는 말”이라고 응답했다.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비속어 ‘존나’에 대해서도 2명 청소년 모두 ‘매우’, ‘많이’라고 응답하며 어휘적 의미와 사용 목적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신’에 대해서도 한명은 아픈 사람이라고 답했으나 다른 한명은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비속어 ‘지랄’의 경우도 두 학생 모두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보통 시끄럽거나 헛소리를 할 때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 청소년들은 같은 비속어라도 때로는 긍정적인 감정을,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 경기를 본 이후 친구들 간의 대화에서 “축구 존나 재밌어” “○○선수 X발 개 잘하더라”고 말할 땐 축구 경기의 흥미로움과 선수의 우수한 경기력을 나타내기 위해 비속어를 사용했다. 허나 “학원 과제가 많다는 불만을 토로할 때도 “아 씨X 학원 숙제 존나게 많아”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속어를 이용했다.

이씨는 “학생들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비속어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다 더 강렬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청소년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녹음 자료를 바탕으로 청소년들과 인터뷰 조사를 한 결과 자신들이 쓰는 말과 어른들이 쓰는 말의 차이가 있으며, 어른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속어가 모든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이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속어 사용이 습관화 돼 비속어를 쓰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청소년은 비속어 사용을 그들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속어 사용에 대한 꾸준하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언어생활에서 개선돼야할 점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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