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생산자들 경쟁 치열
피스룰즈·원쿨캣·오피서…
최근‘ 뉴 F4’인기 천정부지
경주성적·외모에 속궁합까지
씨암말 간택과정도 까다로워
“내 사위를 남들이 넘봐서 걱정이 많았다.”
제주도에서 경주마 목장을 운영하는 이광림(37) 씨는 최근 경주마 교배 추첨에서 원하는 씨수말을 얻고 한숨을 돌렸다. 치열한 경쟁이 붙었지만 이 씨는 그나마 소원을 성취했다.
요즘 경주마 생산자들의 관심은 온통 자신들이 기르는 암말을 한국마사회(KRA) 소속 고액 씨수말과 교배시킬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이름하여 명마 혈통을 얻으려는 전국 목장의 혈투다. 최근 경주마 혈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봄 교배 시즌을 맞은 목장들에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혈통 따라 교배하면 최고 1억까지… 경마계 로또 얘기도= 한국마사회는 지난 22일부터 올해 씨수말 무료 교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마 생산목장의 한 관계자는 “교배를 통해 망아지를 생산하면 혈통과 체형에 따라 최고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며 “KRA 씨수말 교배권을 두고 ‘경마산업의 새로운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혈통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주마는 아비 말, 즉 씨수말이 매우 중요하다. 뛰어난 아비의 씨를 받아야 자식도 뛰어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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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씨수말의 발정기는 봄과 여름이다. 그러나 봄, 여름의 교배는 70두 안팎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그래서 씨암말을 보유한 생산 농가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
▶우수 씨수말은 연간 약 70회 교배= 세계적으로 공인된 경주마인 ‘더러브렛’ 품종은 오로지 자연교배만을 인정한다. 그래서 우수한 씨수말에 대한 경주마 생산 목장의 구애는 사람 못지않다. 우수 씨수말은 연간 약 70회 교배를 한다. 원래 국제적으로는 경주마 생산에도 시장의 원리가 작동해 뛰어난 씨수말일수록 천문학적인 교배료를 내야 한다.
한 목장주는 “‘노던 댄서’인 캐나다 경주마는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 1캐럿보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씨수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사회가 수십억원을 주고 외국에서 수입한 씨수말로 생산농가에 무료 교배를 해주고 있다.
보통 씨수말의 발정기는 봄과 여름이다. 그러나 봄, 여름의 교배는 70두 안팎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그래서 씨암말을 보유한 생산농가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교배를 신청하는 씨암말의 경주 성적, 혈통, 외모, 가격 등은 물론 교배 적합도를 따지는 궁합(?)까지 본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씨암말 간택 과정도 부족하면, 결국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추첨을 기다려야 한다.
▶말 몇 마리 키워 얼마나 벌겠느냐는 생각은 오산, 고액마 가격에 생산증가율 연 4.3%= 경주마 시장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현재 600㎏ 한우 수소의 가축시장 평균 거래가격은 320만원, 송아지는 165만원이다. 이에 비해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400만원이다. 뛰어난 혈통과 체형을 갖춘 1세마는 최고 1억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목장이 선호하는 씨수말은 경쟁도 치열하다. ‘디디미’ ‘컨셉트윈’ 등이 1세대 씨수말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자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1세대의 공백은 ‘엑스플로잇’ ‘메니피’ ‘포리스트캠프’ ‘비카’가 대신했다.
한국 경마의 최고 인기 씨수말 ‘F4’로 불리는 이들 2세대 말들은 우수한 자마들을 배출하며 한국 경마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메니피’나 ‘포리스트캠프’는 세계 최대 경마선진국인 미국 시장에서도 100위권에 랭크된 바 있다. 이들 ‘F4’는 매년 생산농가 교배선호도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절대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는 ‘뉴 F4’도 등장했다. ‘호크윙’ ‘피스룰즈’ ‘원쿨캣’ ‘오피서’가 그들이다. ‘뉴 F4’의 자마들이 경주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올해부터 씨수말 경쟁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