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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장학회 반환 청구 기각…강압은 인정
정수장학회 반환 청구 기각

법원이 정수장학회 설립과정에서 강압에 의해 재산이 넘어간 사실을 인정했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 청구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24일 5·16쿠데타 직후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주식을 넘겼다며 고(故)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5·16장학회에 주식을 증여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당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이 연행된 김씨 회사 직원들에게 권총을 차고 접근해 “군이 목숨 걸고 혁명을 했으니 국민 재산은 우리 것”이라고 겁을 준 점 △중정 부산지부 수사과장이 김씨 측근에게 “살고 싶으면 재산을 헌납하라”고 강요한 점 △군 검찰이 일본에서 귀국한 김씨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기부승낙서에 날인하자 공소를 취소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여지를 완전히박탈당한 상태여야 원천무효가 된다”며 “김씨의 주식증여 의사표시는 그런 상태에서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는 아니고 다만 취소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대에게 해악이 미칠 수 있음을 알려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정도의 강박은 의사표시의 취소사유가 될 뿐이라는 취지다.
이어 “강박으로 이뤄진 의사표시의 취소권은 그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 행사해야 하는데, 증여가 이뤄진 1962년 6월20일로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이를 행사하지 않아 제척기간이 지나면서 취소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때 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때부터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 사망 직후 정수장학회에 서면을 내 주식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또 “국가도 과거 군사정부가 자행한 강압적 위법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지만, 이 역시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기업인으로 2,3대 민의원을 지낸 김씨는 1962년 부정축재자로 분류돼 재판받던 중 주식과 토지 10만평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재산을 기반으로 5·16장학회가 설립됐다.

5·16장학회는 박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한 자씩 따 정수장학회로 바뀌었으며 현재 문화방송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승인에 따라 토지와 언론사 주식을 국가에 헌납할 것을 강요했다”며 국가에 재산반환과 손해배상을 권고했다.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김씨의 장남 영구(74)씨 등은 2010년 6월 “정수장학회는 강제헌납받은 주식을 반환하고, 반환이 곤란하면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헤럴드생생뉴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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