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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발에 위협받는 문래동 예술창작촌. 활로 암중모색
200여명의 예술가들이 있는 문래창작촌, “서울시 문화자산으로 만들자”



“쿵쾅쿵쾅” 쇳소리와 쇳가루가 자욱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철공소 동네. 그 곳에서는 기묘한 공존이 존재한다. 그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곳을 중심으로 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철공소 및 공장의 빈 공간은 월세가 20~30만원 정도로 임차료가 저렴하고 교통이 좋은 편이다. 현재 이곳에는 개인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200여명 정도가 모여있다. 동네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도 모여들었다. 서울시에서도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문래예술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이곳은 도시환경 정비구역에 포함된 재개발지역이다. 주거시설과 업무지구로 개발이 가능하게 되면서 작가들은 언젠가는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주민들과의 공존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개발이익을 원하는 토지소유주들이 재개발 사업을 촉진시켜달라고 민원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세입자인 작가들은 이에 대놓고 반대하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뜻 맞는 작가들이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저녁 ‘지속가능한 문래동을 위한 모든 질문들’이라는 창작촌 작가들과 주민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간담회는 문래창작촌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논의로 3시간 가량 진행됐다. 가장 큰 주제는 역시 재개발이었다. 들려오는 개발소식에 불안함을 토로하고 이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작가들은 물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해보자는 의견에서부터 문래창작촌의 문화적 영향력을 키워 문래, 나아가 서울시의 특색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결론은 없었지만 지속가능한 문래창작촌을 만들기 위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소주(38ㆍ보노보C 대표)는 “재개발에 대해 투쟁의 차원보다는 창작촌의 문화적 영향력 확대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창작촌이 가진 문화적 매력을 확대시켜 주민들과의 호흡을 통해 서울시의 문화적 자산이 된다면 단순한 개발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 413을 운영하는 김꽃(28)씨도 “인사동과 같은 단순 관광지가 아닌 예술가들의 작업현장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공간으로 창작촌이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작업 등을 통해 교류해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래동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김동석(53)씨는 “동네주민으로서 우리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는 이 공간을 굳이 발로 차버릴 이유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병준 서울시 개발기획팀장은 “현재 문래창작촌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소유권 등 민감한 부분이 걸려있기에 조심스럽게 창작촌의 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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