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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훔쳐가고 찢겨지고…‘양심불량’ 양심 도서관
지하철 등 자율 도서관
1400권중 600권만 남아
관리자도 없어 흉물로

‘양심도서관’이 멍들고 있다. 시민 편의를 위해 도서 대출과 반납을 시민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등에 설치됐지만 책을 반납하지 않거나 훔쳐가는 시민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양심도서관’에 대한 관리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0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자 설치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대방로 거리도서관’. 당시 이곳은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조성돼 높은 호응을 얻었지만 운영 3년째인 현재는 찾는 이 없는 흉물로 전락했다.

▶절반이 분실… 곳곳에 찢어진 책=지난 6일 기자가 직접 찾은 이곳의 책장은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2년 전 1400여권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남은 책은 600여권에 불과했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선반과 책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주위에는 낙서와 오물이 가득했다. 악취가 진동했다. 신간은 찾아볼 수 없고 빛바랜 서적 대부분은 페이지 곳곳이 찢겨 있었다.

길을 지나던 주민 김모(51ㆍ여) 씨는 “책 상태도 안 좋고 의자도 더러워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거리도서관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다. 사업 취지가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 그래서 관할구청에서도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는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도로관리과에서 설치한 이후 관리는 시민 자율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1400여권 중 정확히 몇 권이 대여되고 반납되는지 구청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시민이 반납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기증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민들을 위해 설치된 지하철 도서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등이 지난해 3월 지하철 내 설치한 양심도서관 ‘해피북스테이션’도 저조한 반납률에 시달리고 있다.

해피북스테이션 관계자는 “시민들이 반납을 제대로 안 하는 바람에 회수율이 3%에 머물러 매주 300여권을 보충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역 문화공간화해야=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양심도서관이 잘 운영되려면 이용자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함께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의 자율적이고 양심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책만 반납하러 오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을 요구한다. 스스로 반납하려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단위 관광정보센터나 문화공간 등을 만들어준다면 문화적 체험도 하고 빌린 책도 반납할 수 있어 재방문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운영 및 관리 주체를 두는 것이 양심도서관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낮은 도서 반납률로 골머리를 앓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이런 방법을 통해 반납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복지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남긴 e-메일로 매주 추천도서, 좋 은 글귀와 함께 전체 반납 현황을 알려주면서부터 주민이용률은 물론 도서반납률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시민들에게 도서관의 주인이 이용자 자신임을 일깨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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