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사산(死産)한 사실을 7년동안 남편에게 숨겨오다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자 아이를 유괴해 입학시킨 50여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3월 3일 경남 양산에 사는 A씨는 서울로 올라와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친구 4명이랑 소꼽놀이를 하던 B(5)군에게 접근했다. 7년전 자신이 사산한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였다. A씨는 B군에게 강아지 사진을 보여 주며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러 가자,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유인해 경남 양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B군은 부모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몰랐다.
A씨가 B군을 유괴한 이유는 지난 2005년 사산한 자신의 아이를 대신하기 위해서였다. 6년전 현재의 남편과 재혼한 A씨는 남편과의 내연관계에 있을 때 임신을 했으나, 아이를 사산했다. 이 때문에 남편과 헤어질 것이 두려웠던 A씨는 아이 사산 사실을 남편에게 숨기고 출생신고 까지했다. 주의력 결핍 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는 둘째 딸에게 아이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언니집에 맡겼다고 남편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A씨는 남편을 7년간 속여왔다.
문제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 오고 있다는 것. 남편은 아이를 언니집에서 데려오라며 재촉했다. A씨는 남편 몰래, 입양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A씨는 아이를 유괴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A씨는 B군에게 “날 엄마로 부르고 너의 이름은 C로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B군을 사산된 아이 C의 이름으로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으며 반배정까지 받았다.
서울 종암 경찰서는 지난 7일 오전 7시께 경남 양산에서 A씨를 검거하고 미성년자 약치 유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에게 거짓말을 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범행을 저질렀지만 아이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아이를 돌려주지 않고 키울 심산 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국ㆍ이지웅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