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없이 종로 일대에서 금괴 유통업을 8년간 A(43)씨. 변변한 자본금이 없자 A씨는 돌려막기 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금 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익 커녕 빚만 늘어갔다. 그러자 A씨는 ‘한탕’의 계획을 세운다. 거래처로 부터 금 현금 등을 받아 아프리카로 넘어가는 것.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은 한국 대사관도 없고 한국교민도 20여명 정도만 체류하는 외지. 또 그 곳은 시에라리온의 금을 공급하는 등 A씨와 거래를 해온 지인이 임대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A씨가 갖고 튄 금액은 ‘36억원’. A씨는 지난해 11월 3일부터 29일까지 모두 36원 상당의 금괴와 현금을 모았다. 종로일대의 6개의 귀금속상 상인들로 부터 금을 팔아주겠다며 받은 것이다.
금괴와 현금이 모이자, A씨는 계획했던 일을 바로 진행했다. 서울을 떠나 홍콩에서 이틀, 영국에서 하루를 묵으며 최종 목적지인 시에라리온에 도착했다.
대박을 꿈꾸던 A씨의 꿈은 그러나 어이 없이 끝났다. 시에라리온 현지법을 위반해, 경찰에 체포됐기 때문이었다. A씨가 출국한 다음날 사태를 파악한 6명의 피해자들은 경찰에 A씨를 신고 했고, A씨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해놨다. A씨를 찾던 인터폴은 A씨가 체포된 것을 확인하고 A씨의 신병을 한국에 인도 했다.
시에라리온에 도착해 장미빛 미래를 꿈꾸던 A씨의 꿈은 경찰과 인터폴의 공조로 사건 발생한지 3개월여만에 끝이 났다
서울 혜화 경찰서는 지난 2일 인천 국제 공항 경찰대로부터 A씨를 넘겨 받은 후, 금괴 거래를 대신해 주겠다며 36억원어치의 금과 현금을 가로챈 혐의로 A씨를 구속해 1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36억원을 채무변제에 이미 사용 했다”면서 “시에라리온에서는 마른 해삼 유통 사업을 시작한 후 아들 딸 입에 풀칠하게 중국에 있는 처형한테 넘겨주고 나는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송치돼 손을 떠났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도 이틀만에 36억을 모아서 빚을 다 갚고 자기는 죽으려고 시에라리온에 갔다는 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어딘가에 돈을 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