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전 서울대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포획 논란에 휩싸인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의 공연을 중단하고 돌고래 3마리 중 1마리를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제주 구럼비 앞바다로 보내겠다고 해 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인 해군기지 건설에 간접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돌고래 ‘제돌이(13살)’가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정마을 앞바다에 돌고래가 많이 살고 지나가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언급은 돌고래 방사를 통해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동시에 최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야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돌고래 방사와 관련 제돌이가 잡혀왔던 제주 앞바다라는 표현 대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집약된 장소인 구럼비와 강정마을을 콕 짚어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한 서울시 관계자는 “제돌이가 2년동안 야생적응 훈련을 받아보고 방사가 결정될 것”이라며 “시장이 이번에도 우면산 사태, 해직자 복직 등과 같이 지키지 못할 수 있는 말을 너무 앞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제돌이가 살던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지 꼭 구럼비를 지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기자회견 전 자신의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구럼비와의 연관성을 강조해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대공원 돌고래쇼가 동물을 학대하는 공연이고 이들 돌고래가 불법포획됐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19일부터 돌고래쇼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1개월 내에 전문가를 포함한 서울시민 대표 100인을 선정해 돌고래 공연 존폐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돌고래 3마리 중 1마리는 야생적응 훈련후 2년뒤에 방사하고 2마리는 평균수명인 약 20년을 살아 보호조치 하기로 했다.
한편, ‘제돌이’ 방사를 위해 2년간 야생적응 방사장 설치 공사비, 훈련 인건비,모니터링 등에 8억7000만원이 소요돼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제돌이 방사가 시청앞에서 시위한 것 때문에 결정된 것 같다”며 “NGO출신 시장이라 시위만 하면 다 들어주고 있는 데 이는 새로운 이기주의만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제돌이‘ 조련사 박상미씨는 계속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박 조련사를 다독이며 “조련도 사육사와 동물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건데 동물을 혹사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