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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신자살 기관사 알고보니 ‘기음양허증’
 ‘기음양허증’ 앓아...유족들 "얼마나 힘들었으면..."

5호선 왕십리역에서 투신자살한 지하철 기관사 A(43)씨는 ‘기음양허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음양허증’은 한방에서 정의내리는 질병으로 기(氣)와 음(陰)이 모두 소진돼 열이나고 숨이 차며,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는 증상을 수반한다. 기가 소진돼 무력감과 피로감도 크게 느끼지는 질병이다.

12일 서울 성동경찰서와 도시철도공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오전 8시5분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제복을 입은 채 열차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이 사고로 마천방향 5호선 지하철 운행이 18분간 중단됐다. 시신은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있었지만 A씨는 승강장 끝에 있는 직원용 스크린도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출입문 통해 터널을 통과해 들어오던 열차에 몸을 던졌다. 당시 A씨는 오전 6시 48분부터 7시55분까지 1시간 가량 지하철을 운행하는 오전 근무를 마치고 5호선 답십리역에서 다음 근무자와 교대한 상태였다. 왕십리역과는 두 정거장 차이.

A씨가 답십리역에서 왕십리역까지 이동한 데는 왕십리역의 경우 전동차의 종착역이라 기관사들도 스크린도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통 역인 경우 기관사들도 스크린도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지 못한다고 도시철도공사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몸이 안좋아지자 지난해 6월 열흘간 휴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내근직인 역무로 전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근 심적 괴로움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운행이 힘든 상황의 기관사를 무리하게 열차에 태워 이같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신적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가 2004년부터 지금까지 3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A씨가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얘길 잘 안하는 성격”이라며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A씨가 전동차 사고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사고 후유증에 따른 자살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A씨가 지난해 개인적인 일로 몸이 안 좋아져 한약방에 다녔고 거기에서 ‘기음양허증’이란 진단을 받았다”면서 “올해 초 다시 운동도 하는 등 활기를 되찾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초 95명의 기관사가 업무강도와 건강 문제 등으로 역무 등으로 업무 전직 신청을 했으나 23명만 전환됐으며 A씨는 여기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시철도노조는 내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도시철도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측은 “A씨의 사망 경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전직 문제로 연결짓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 “A씨가 올해 1월 전직 신청을 한 건 맞지만 올해부터 자동운전시스템을 도입해 업무강도는 훨씬 낮아졌다”며 노조 측의 주장에 반발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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