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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심고백’ 열흘…잠자는 검찰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양심고백이 나온지 열흘이 지났지만 검찰의 공식적인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 뿐이다. 시민단체는 재수사를 요구하고 정치권에선 특검 이야기가 나오는 등 온 사회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휩싸인데 반해 검찰 수뇌부가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만은 고요하다.

검찰은 지난 2010년 불법사찰 수사 때 장 전 주무관을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주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며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다. ‘윗선’의혹도 거기서 막혔다.

그러나 최근 장 전 주무관이 입을 열면서 상황은 180도 바꼈다. 검찰이 말하던 ‘진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14일 민주통합당은 장 전 주무관이 2011년 8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폭로를 막으려는 ‘입막음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불법사찰 의혹은 최 전 행정관과 이영호 전 비서관을 타고 곧장 청와대를 겨냥하게 된다. 검찰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민정수석실이 언급된 것도 검찰을 망설이게 한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최 전 행정관과 대화 녹음에는 “(사실대로 공개한다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대검 차장이다. 그 뒤를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 이어 받았다. 검찰이 재수사를 한다면 조직 최고 수장을 겨눠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불과 2년 전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수사팀의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지난 수사 때 검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해 증거인멸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지시 과정에서 최 행정관으로부터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고 폭로, 검찰도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불신만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면 수사한다는 원칙과 신뢰회복이란 명분을 모두 갖춘 상황에서 검찰의 결단만 남았다.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언제든 재수사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 검사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검찰이 미적대는 것으로 비칠 경우 의혹만 더 키울 수 있다”며 재수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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